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면, 우리는 자주 잊곤 한다. 눈앞의 풍경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매일 지나치는 길, 늘 보던 하늘이 마치 배경처럼 흐릿해지는 순간들 말이다.
남해가 내게 그랬다. 취재처이자 생활 터전인 남해가. 매일 마주하는 바다, 늘 보는 풍경. 무의식적으로는 늘 예쁘다고 생각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자연의 빛깔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의식의 표면을 스치고 지나갈 뿐이었다. 어느새 무뎌진 감각 속에서, 그저 그런 일상이 되어버렸다.
잠깐이지만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분명 종종 마주하던 풍경이었는데,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무의식적으로 “예쁘네” 하고 지나쳤던 그 풍경이 이번엔 새롭게 보였다.
풍경이 달라진 건 아니었다. 달라진 건 나였다. 모든 것은 시공에 따라, 그리고 내 마음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같은 장소도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내가 어떤 상태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바쁠 때 우리는 앞만 본다. 그 과정에서 옆으로, 뒤로, 위로 펼쳐진 풍경들은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렇게 일상은 당연해지고, 소중함은 익숙함 속에 묻힌다. 잠깐이라도 멈춰 서서 다른 각도로 바라보면, 익숙한 것도 새로워질 수 있다.
결국 삶의 풍요로움은 특별한 어딘가에 있는 게 아니다. 매일 지나치는 그 길 위에, 늘 보던 그 하늘 아래에 이미 존재한다. 다만 시선을 돌려 볼 수 있는 마음이 관건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조금 더 다른 곳을 바라보는 마음의 여유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