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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그릇 Aug 30. 2023

#2. 사랑한다는 말을 쓰지 않고도,

#100일챌린지 #다시또쓰기 #2/100

그 남자;
그 사람하고만 있으면 편한 상태로 황홀할 수 있는 상태, 그 한 사람만 보이는 그 마음이, 그 영롱한 순간이 온다. 그는 그녀에 대한 애정을 완전히 드러내고 보여주는 것에 대해 여유가 있는 사람이다. 부끄럽지 않고 거리낌이 없는, 자존감이 있는 사람.  

그 여자;
불행을 많이 겪는 여자이지만 불행을 하나 하나 자기 손으로 선택하는 사람. 주변에 끌려 가지 않고 절대 도망가지 않는 여자. 그녀가 이런 단단함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남자에게 그런 사랑을 받고, 또 주기도 했기 때문에.

그 연인;
사랑이 그 두 사람을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훗날 엄청난 인생의 비극을 겪어도 이겨낼 수 있는 건 두 사람이 경험한 그 순간, 단단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그 작가;  
삶이 무너지는 순간, 삶이 피어나는 순간,
양극단의 아름다움을 담담하게 잘 표현한다.

내가 좋아하는 심지가 곧은 임경선 작가가, 나는 잘 알지 못하지만 호감형인 정여울 작가의 오디오 클립에 출연해서, 내가 신비로워하는 작가 줌파 라히리의 책 <저지대>라는 책을 이런 흐름으로 소개한다.  



3년 전에 내가 처음 제안한 엄마들의 다독 모임, (많이 읽기도 하고 / 다독거리며 위안하기도 하는) 느슨하게 지속해오고 있는 이 모임에서 이번 달에 읽은 책은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이다. 어쨌든 나이가 들더라도 휘둘리지 않고 꺽이지 않고 자신의 색깔대로 살아가는 것. 최상의 당신 (Be you-est you) 가 되고 최상의 나 (Be me-est me) 가 되는 모습을 그대로 바라봐주고 인정해주는 것.

올해의 남은 4개월은 주제 책을 선정하지 않고 돌이가면서 <내가 연구해보고 싶은 작가>의 책들 중에서 자신에게 말을 거는 책을 정해서 읽고 나눠보기로 했다. 나의 원픽은 줌파 라히리, 이다.

그녀는 이 책 어느 구절에서 그 연인의 사랑을 손차양으로 묘사했다고 한다.  여자의 얼굴에 드리워지는 햇살을 막아주는 남자의 다정한 손차양. 사랑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가령 그 사람을 떠올리면 손차양이라는 어여쁜 단어를 떠올릴 수 있게 되는 것.  

선우정아는 말해요, 라는 노래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는 Love yourself 라는 구절 밖에 없어도 절절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 당신의 방식대로,  나의 방식대로. '상대방이 내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줄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표현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이 복잡한 세상에서 이 사람 옆에서는 완전히 보호받는 느낌' 안전할 수 있다는 생각. 편안하고 단순해질 수 있는 경험. 평온하고 사랑으로 넘치는 상대를 통해 나의 모든 것이 편안해지는 경험.

점차 가면이 벗어지고 겉옷으로 꾸미지 않아도
불안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경지.

행복한 사랑을 하게 되면 사람이 단순해질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아름다운 사랑을 받을 수 있을때, 줄 수 있을 때, '사랑을 해버려야 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아버릴 수 있다고 한다.

사랑한다는 마음을, 존중하고 배려한다는 표현을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하겠다.

그렇다면 이 아름다운 시절에 이런 아름다운 경험을 해봤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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