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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을 높여라

공감

by 글쟁이미소

자존감은 스스로 자신을 높이 평가하면 높아질 수 있다는 말을 종종 듣지만 요즘 자존감이 낮아지는 시기를 겪고 있는 나로서는 이 말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내가 생각하기에 자존감은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보다는 실제로 자존감이 높은 상황에 처해야 높아질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잘한다고 느낄 수 있는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때 자연스럽게 자존감이 올라간다. 그렇기에 자존감을 스스로 높이 평가하라는 조언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현실에서 남들의 평가를 무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생활 속에서 내가 최고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도 한계가 있다. 결국 자존감은 외부 환경과 내 경험이 조화를 이뤄야 비로소 올라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어떤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주변으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 자존감이 안정되고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자존감은 단순히 마음가짐이나 자기 암시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고 수없이 들어왔지만, 현실에서는 외모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상황을 마주하곤 한다. 사람들의 첫인상은 외모에 크게 좌우되고 그 인상이 이후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외모가 하나의 경쟁력처럼 작용하는 사회에서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위로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실력이 중요하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현실에서는 실력보다 친분이나 관계가 사람을 평가하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췄더라도 관계 형성과 인맥의 유무가 기회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실력이 중요하다는 조언은 마치 공허한 이상론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아직 자존감이 낮다. 현실에서 마주하는 불합리함 들은 나를 더 작게 만들고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려는 시도조차 무력하게 만든다.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 뒤에는 여전히 외모로 판단받는 현실이 자리하고 실력이 우선이라는 이상 뒤에는 관계와 친분으로 평가받는 냉혹한 사회가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자존감이라는 단어는 나에게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자존감은 마치 이상적인 세계에서나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내가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상황들, 억울한 순간들, 그리고 인정받지 못하는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내 자존감을 키우는 방법은 물론이고 그 의미조차 흐려진다. 누군가는 자존감이 스스로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고 말하지만 나처럼 매일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사람들에게는 그 말이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아마도 내가 원하는 자존감은 혼자만의 내적 다짐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처한 현실 속에서는 그저 너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결국 이 모든 현실은 개인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외부 요인들이 강하게 작용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때로는 그런 환경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이 어쩌면 더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제가 우울증이 있는 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가끔은 이런 생각들이 강하게 들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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