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짭새’가 살아있네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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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21. 2025
아직도 ‘짭새’가 살아있네
필자가 파출소장으로 근무할 당시 주로 하던 일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금융기관이나 상가, 주택이 밀집된 곳 등을 꼼꼼하게 살폈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순찰하면서 주민들을 만나며 지역공동체의 치안 유지에 만전을 기하였다.
그런데 하루는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1인 여성사업장을 살펴보려고 마음먹고 평소 알고 지내는 ○○상사라는 회사에 갔다. 그 회사 대표님과 인사를 나누는데 옆에서 알바를 하는 분들 두 분이 계셨고, 모두 여성이었다. 인사를 나누는데 대표님께서 알바 하러 온 사람이 친구라며 소개를 했다. 옆으로 다가가 파출소장 명함을 건네니 “오, 짭새네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불쾌한 감정을 애써 참고 말을 이어갔다. “선생님은 평소에 경찰관을 짭새라고 부르시나 봐요.”라며 말을 건네자 그녀는 자신의 친한 친구 이야기를 했다.
“제 친구도 형사과에 근무하고 있는데, 그냥 짭새라고 불러요. 그 친구는 좋아하던 걸요. 그렇게 불러도 되는 줄 알고 그냥 스스럼없이 부르고 있어요.”라면서 “저는 좋은 의미로 드린 말씀이에요. 듣기 거슬렸다면 사과드릴게요.”라고 했다.
이렇게 사과하는 상대를 보니 도리어 나 스스로 옹졸한 사람인가 싶은 생각까지 잠시 스쳤다. 그런데 ‘짭새'란 말을 이번에만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 일이 있기 몇 달 전 경찰관 동료들과 후배들이랑 저녁을 먹을 때였다. 후배들 중 한 명인 민식이가 후배 경찰관인 임 경위에게 ‘새'라고 몇 번 부르더니 급기야는 ‘짭새'라는 호칭을 했다.
물론 임 경위랑 나의 후배들이 워낙 잘 알고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 이물이 없어서 한 행동이긴 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같은 경찰관들은 모두 당황했으나 임 경위는 대수롭지 않은 듯 묵묵히 식사를 했다.
'짭새'라는 소리를 들어서 그런지 식사 자리가 거북하고 앉아 있기가 힘이 들었다. 내색을 하지 않고 참으려니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밥 먹는 와중에도 임 경위에게 민식이는 웃으면서 '짭새', '짭새'라는 소리를 몇 번이나 더 했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그 소리를 여러 번 들어야 했다.
그 자리에서 정색하며 이야기를 하자니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후배 민식이의 체면이 구겨질 거 같아 꾹 참고 있었다. 그리고 헤어지고 나서 민식이에게 전화를 했다.
그동안 친동생처럼 지내 왔는데 민식이, 자네 입에서 ‘짭새’라는 호칭을 처음 들었다. ‘짭새’라는 호칭이 듣기 불편하다. 임 경위 만날 때마다 그렇게 불렀던 것이냐? 만일 그랬다면 아마도 임 경위도 내 마음과 같을 거다. 두 번 다시는 경찰관들에게 ‘짭새’라 부르지 않도록 당부를 했다. 남의 직업을 폄하하는 호칭은 삼가해야 한다며 내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민식이한테 짭새에 대한 기원 알려주자, 서글서글한 민식이가 사색이 된 목소리로 진정 어린 사과를 했다.
그렇게 사과를 받았지만 너무 심했나 싶어 다음날 민식이한테 전화를 해서 내가 너무 심하게 한 것 같다며 사과 아닌 사과를 했다. 그러자 민식이가 “형님, 당연하고 옳은 말씀하신 거예요. 언제든 거슬리는 행동을 보시면 따끔하게 지적해 주십시오. 앞으로 경찰관 부를 때 주의하겠습니다." 하더니 갑자기 충성! 이란 구호를 외쳐서 같이 웃었다.
문제가 된 ‘짭새’의 기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 어휘가 만들어질 시절에는 사진사를 ‘찍새’, 구두 닦는 사람을 ‘딱새’ 등으로 불렀다. 그 직업의 속성에 ‘새’라는 단어를 붙여 비하하는 의미의 속칭을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다. 같은 맥락으로 범죄자를 잡는 경찰관에게는 ‘잡새’를 거쳐 ‘짭새’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것은 학문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고 순전히 전해오는 속설일 뿐이다.
원래는 경찰을 비롯하여 판사, 검사 등의 법 집행 관련 공무원들을 싸잡아서 부정적으로 이르는 말이었다. 과거 대한민국이 독재 및 쿠데타를 거치면서 민주주의 가치가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결과 부정부패와 시민학대가 만연해 있던 시기였다.
이런 연유로 국민들과 직접적으로 마주 치는 경찰관 및 법조인들이 주 타깃이 됐다. 경찰이 ‘짭새’라고 본격적으로 불리기 시적한 시기는 10.26 사태 이후 신군부가 들어서면서이다. 사복을 입고 대학교에 들어와 학생을 연행해 가는 소위 ‘사복 경찰관’을 보고 대학생들이 잡새, 짭새라고 경멸하며 불렀던 것이 기원이다.
물론 과거 경찰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경찰공무원이 사건이나 민원과 관련하여 돈을 받아먹고 축소하거나 은폐한 사실들이 뉴스나 신문에 실리기도 한다. 과거엔 교통경찰이 길거리에서 단속하며 돈 받고 눈감아 주는 등의 일도 많아서 시민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하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선행 경찰관의 이야기는 정말 수도 없이 많다. 수능날 하루만 지켜봐도, 수험표를 가져오지 않아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수험생을 위해 사이렌을 울리며 집까지 출동해 수험표를 가져다가 시험장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주어 무사히 시험을 보게 하거나, 늦잠 자는 바람에 시험 시간에 늦은 수험생을 태우고 학교까지 태워 준 사례들은 주변에 넘치게 있다.
실제 나의 경험을 말하자면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는 현장에서 신속하게 대처한 경우가 있다. 주택가 순찰 중 타는 듯한 냄새가 나 직감적으로 화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세대 4층 건물 빌라 2층에서 연기 나는 것을 발견하고 신속하게 현장으로 뛰어갔다.
지층부터 4층까지 모두 문을 두들겨서 불이 났음을 알리고 빨리 대피하도록 외치면서 주택가를 수색했다. 그러다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발견하여 업고 나와 그를 구했음은 물론, 사람들을 재빨리 대피시키고 초기에 소화기로 진화해 대형 화재를 미연에 방지했다.
현장에는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곡괭이를 휘두르며 사람을 위협하는 신고를 받고 즉시 출동해 특수협박범을 현장에서 제압하고 현행범인으로 체포한 일도 있었다.
경찰관의 임무가 꼭 범인 검거에만 있지는 않다. 연말연시가 되면 불우이웃에게 말벗이 되어주고 불편한 곳은 없는지 살펴보며 봉사활동을 하는 등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선행과 관련된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다.
“우리는 소유하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신이 되기 위해서 일을 한다.”라는 말처럼 ‘진정한 자신이 되기’ 위해 일을 한다. ‘진정한 자신’이 되기 위한 것에 우열이 있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일들이 모인 직업에도 귀천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직업에 대한 폄하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아직도 경찰을 ‘짭새’라고 부르는 사람이 종종 있을 정도로 경찰관을 폄하하거나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는 그 직업을 천시하는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그렇게 괄시당해도 두말없이 수용하는 사람도 문제이다.
‘잡새’가 됐든 ‘짭새’ 됐든 간에 남들에게 도움을 주는, 내가 자부심을 가지고 했던 이 업(業)을 사랑한다.
“나는 평생 단 하루도 노동을 해본 적이 없다. 일하는 그 자체가 기쁨 이고 즐거움이었다.”라고 한 에머슨의 말로 나의 경찰관 시절에 대한 마음을 전해본다.
<프로필>
德和 전 상 욱
▲ 전상욱취업컨설팅 대표 / 고용서비스전문가
▲ 대한민국경비협회 경비교육원 교수
▲ 국제라이온스협회354-A지구 서울문화라이온스클럽 회장
▲ 행정사, 경비지도사, 국제탐정사
▲ 대한민국경비협회 경기북부지방협회 부회장
▲ 고용서비스전문가포럼위원회 사무총장
▲ 브런치작가, 수필가, 시인
▲ 80년 제25회 호남예술제 작문부 입상(전남일보사)
▲ 22년 제23회 경찰문화대전 시부문 입상(경찰청)
▲ 24년 제03회 대한민국골든리더 대상(연합문화뉴스TV)
▲ 현대문학사조문인협회 부회장
▲ 문학리더스문인협회 부회장
▲ 한국메타문학문인협회 문학교류위원장
▲ 한국문인협회 도봉지부 사무차장
▲ 『저서』 은행나무 평전 외 동인지 다수
▲ 「문학팬클럽, 정회원 700명」 http://band.us/@jeons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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