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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rney Jul 20. 2024

잠시 한눈팔기

병원에 들렀다.

역시나 토요일이라 사람이 많아 접수를 하고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데 한 4살쯤 되어보이는 토실토실한 아기토끼같은 꼬마아기가 걸어들어왔다.


나는 타이레놀을 이틀가까이 먹어도 낫지 않을정도로 꽤나 심한 몸살이어서 당장 병원에 가지 않으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할지 자신이 없을정도로 기운도 없고 표정도 무채색이였는데 귀여운 아기가 걸어들어오니 내 입가에 미소가 절로 들었다.


그 아이는 걸어오는거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토실한 짧은다리에 귀여운 볼통통 볼따귀를 가진 그 자체가 힘없이 턱 앉아 호명해주길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미소를 선물해주었다.

그 아이도 엄마와 자기의 순서를 기다렸다.

스마트폰을 보여달라며 말이 서툴러 자기 의지대로 안되서 '이이이잉~' 하고 칭얼대는데 그 소리마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원래 아프면 예민해서 아기의 칭얼대는 소리가 듣기싫을 수도 있는데 오늘따라 왜인지 그런부분은 여유롭게 받아들여졌다.

짧은 몇 분간이었지만 나의 아픔도 생각이 안날정도로 그 아이에게 집중했던 걸 보면 여유없는 일상과 피곤함에 찌든 나에게 그런 사랑스러운 한눈팔이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속으로 그 아이의 성장과정에 있어 모든게 유익하고 멋지게 자라나길 응원했다.


'너는 알까? 그냥 너의 존재만으로도 누군가는 이렇게 흐뭇하게 웃음짓고있단걸'




나는 오늘, 알지도 못하는 귀여운 존재에게 작은 행복을 느꼈지만 우린 때론 사람에게도 물건에게도 이렇게 한눈팔기가 필요한거같다. 

앞만 보고 살아가는 바쁘고 지친 그런일상을 보내다가 나도모르게 훅 들어온 한눈팔기는 잠시나마 마음에 여유를 줬다.


살면서 우리가 놓지못하는 무언가를 내려놓고, 사람일수도 물건일수도 또다른 상황이나 장소일수도 있는 그런 필요한 시선 돌리기가 꼭 필요한 것 같다.

우리의 일상의 옳은 한눈팔기는 흔히 받는 '스트레스받을때, 번아웃되었을때나 심신이 지쳤을때 어떻게 하냐' 에 대한 질문의 답이 될수있다.


앞만보며 달리는 일상에 가끔 긍정적인 한눈팔기는 옳다.

사소한 것도 좋고 엄청 신나는것도 좋다. 오늘처럼 강제로 시선을 빼앗기는것도 무척 환영이다.

마음 정화되어 다시 시선을 제자리로 가져올수만 있다면 잠시 한눈팔기는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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