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상절리 Apr 15. 2024

6개월간의 MD 생활, 여름이었다

2021년, 그 해 종결된 꿈 같았던 MD 라이프 

지난한 인턴 과정을 거쳐 전환이 되었다. 


소싱이 아닌, 제품에 어떤 메시지를 담을지 기획하고 실제로 제작까지 관여해서 판매하는 제품 기획자가 되어 있었다. 


*그 당시 정리해둔 업무 프로세스

시장 조사 → 제조사 컨택 → 컨셉 확정 → 1차 샘플링 → 제품/패키지 디자인 → 촬영용 샘플 완료 → 콘텐츠 제작 → 주문 진행 → 발주 → 생산 → 출고 → 배송 → 후기 확인



1. 어떤 일을 했냐면

그 당시 아티스트와 협업해 굿즈를 기획하는 업무를 주로 해왔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그에 맞는 아티스트를 컨택해서 제품화까지 했다. 주로 티셔츠와 폰케이스 등의 굿즈를 출시했다. 제품 기획자긴 하지만, 제한된 제품 안에서 어떤 콘텐츠를 올릴지 주로 고민해왔다. 

전환이 되고 난 후, 일기에 작성했던 글


물론 제품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샘플을 받아보며 소재에 대한 고민도 같이 병행했다. 패키지 + 제품 자체 소재 + 콘텐츠를 총체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에서, MD의 뜻이 M(모든걸) D(다)하는 사람이 맞는걸지도.. 

① 기계 테스트 ② 팬톤칩 보며 제품 컬러 설정 ③ 샘플 받고 확인 (왼쪽부터 순서대로)



2. 일상이 영감 덩어리 

패션 소재를 다루는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며 공부하거나, 각종 팝업 및 백화점, 페어를 전전하는게 참 재밌었다. 결국 실생활에서 사람들이 어떤 제품과 콘텐츠에 열광하는지를 봐야했기에 빨빨거리며 돌아다니고, 또 많이도 소비했다. 그때 앨범에 들어가면 거의 다 제품 사진밖에 없다. 제품에 대해 심도깊게 고민하다보니, 확실히 보는 눈도 생기고 나름 쇼핑을 전략적으로 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 시절 내 사진첩을 빼곡히 채운 제품들




3. 본질 자체를 건드리는 일 

취업 전에는 주로 광고 기획서를 작성하다보니, 본질 자체를 못 바꾸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늘 따라다니던 고민. 제품이 문제인듯 싶은데, 과연 광고의 힘 만으로 될 일인가. MD가 되어보니 그런 아쉬움은 해소됐다. 제품 그 자체를 건드리는 일이다보니 좀 더 관여할 수 있는게 많아서 좋았다. 




4. 다만..

재미와 비례해, 아니 책임의 무게가 몇곱절로 컸다. 돈과 직결되어 있고, 고객의 삶에 밀접한 제품 자체를 다루는 일이기에 신경쓸게 참 많다. 마진 계산하는데 참 애를 먹었다. MOQ(최소 주문 수량)가 대체로 1천 개 이상은 돼 재고와 안 팔렸을 경우에 대한 위험 부담이 크다. 그리고 발주는 미리 할수록 금액대가 낮아져 최소 한 시즌은 앞서서 기획해야한다는 것도 크게 깨달았다. 


제작과 배송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이슈도 많이 발생해 일정이 변경되는 것도 부지기수. 샘플로 받아봤을 땐 문제 없었는데, 막상 실생산하니 예상과는 달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뜯은 적도 많다. 그때 느꼈다. 세상은 계획대로 안되고 험난하단걸. 



*MD가 고려해야할 것들 

아이템

기능 / 제품의 메시지 / 소재

생산업체 / 생산일정

안전성 등 심의서류

수량 설정

샘플링

계약서/ 발주서 등의 법무 서류 전송

패키지

가격 설정

품평회

상세 콘텐츠

품질 검수

배송

재고 관리

 CS 대응



5. 돌이켜보니 

일을 시작해오면서부터 일기 쓰는게 습관화됐다. 회사 지원할 때부터 현재까지 나의 이야기는 계속되어 왔다. 그 당시 내가 남긴 기록을 읽어보면, MD때 일을 재밌어하는게 확실히 느껴진다. 통통 살아있다. (마케팅하면서부터는 재밌다는 내용이 확연히 줄어든다.) MD를 쭉 해왔으면 지금은 다른 결말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다만 그때 내가 흥미를 느낀 지점을 포착했기에 지금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게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어쩌다 취뽀하게 됐냐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