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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상절리 Sep 09. 2024

토리노의 자랑, 젤라또 맛집 5선

초콜릿 디저트의 도시, 토리노에서 열몇 개가 넘는 젤라또 가게를 방문했다. 확실히 수준급인 가게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쏙 들었던  5곳을 엄선해봤다. 




Alberto Marchetti Gelaterie

- 2024 감베로로소(젤라또 미슐랭 가이드) 최상위 등급 

'Fresh, Simple, Good'이라는 브랜드 핵심 가치답게 신선한 우유를 쓰는게 느껴졌던 곳이다. 밀크 베이스의 젤라또 종류가 다양하다. 토리노에선 무려 다섯 곳의 지점이 있으며, 밀라노에도 분점이 있다. 내가 간 곳은 광장 근처에 위치해 있었는데 2층으로 되어 있었다. 쾌적하고 깔끔한 분위기다. 



그동안 먹은 젤라또 중 이토록 금방 녹을듯한 크리미한 식감은 처음이었다. 물기가 많고 금방 녹을듯이 나왔다. 가장 맛있었던건 사과 시나몬 치즈케익맛. 정말 소름돋게 맛있다. 


달달한 사과 콩포트가 아삭이게 씹히며, 치즈케익 알갱이가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는다. 프랑스 시골 마을에서 할머니가 겨울마다 해주실 것 같은 깊은 맛이다. 이때 이후로 애플 시나몬 크림을 사랑하게 됐다. 


그 다음으로 맛있던건 솔티카라멜 화이트 초콜릿맛이다. 원래 화이트 초콜릿을 먹다보면 느끼하고 물려서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여기서 젤라또로 먹으니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맛이 깔끔하고 짭짜롬한 카라멜이 와그작 씹히면서 여운이 있는게 아주 좋았달까. 



Nivà Gelato 

- 2024 감베로로소(젤라또 미슐랭 가이드) 최상위 등급 

이탈리아 각지에서 수확되는 제철 식재료로 젤라또를 생산한다. 초콜릿 맛 종류가 다양했다. 토리노답게 크레미노와 잔두야 초콜릿 맛도 당연히 있었고.. 베르가못, 토론치노, 피스타치오 크레미노. 총 3가지 맛을 주문해 먹었다. 



토론치노는 약간의 시트러스향이 감미된 아몬드 누가 젤라또다. 처음 들어보는 맛이었지만, 막상 먹어보니 호두마루 맛이 느껴졌다. 니바 젤라또에서 가장 맛있던건 피스타치오 크레미노.  


피스타치오 단일맛보다 초콜릿과 함께 섞어 크레미노 맛으로 만든게 훨씬 풍미가 더 사는 느낌이었다.  크레미노 초콜릿과 섞으니 오히려 피스타치오의 매력이 배가 됐다. 



Gelateria Pepino

1884년에 만들어진 역사 깊은 곳이다. 젤라또 외에도 다양한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를 즐기며 편히 먹을 수 있다. 소품 보는 재미가 있었다. 프리미엄한 젤라또를 안락하게 즐기고 싶다면 추천. 


식감은 되게 쫀득하고 꾸덕한 편이다. 튀르키예 아이스크림인 돈두르마와 비슷한 식감이랄까.  


안에서 먹는다고 하면 정갈한 유리잔에 바삭한 과자와 함께 서빙해준다. 메뉴는 여느 젤라또 가게완 달리 직원분이 서빙해주는 메뉴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유독 토리노에서 Torrone 맛이 많이 보여 이번에도 시켰다. 아니나 다를까.. 호두마루맛이 난다. 하지만 여기서 먹는 맛은 좀 더 프리미엄한 느낌이었다. 아몬드와 어우러지는 고소한 바닐라향이 마음에 들었다. 


추천하는 맛은 마롱글라세. 꾸덕한 밤케익맛인데, 밤향이 은은하고 부드럽게 입안을 감싸는게 지극히 마음에 들었다. 



Gelati D'Antan

- 2024 감베로로소(젤라또 미슐랭 가이드) 최상위 등급 

시내와는 꽤 떨어져 있지만 감베로로소 최고 등급을 받았다고 해서 다녀왔다. 벽에 덕지덕지 붙여있는 인증마크와 훈장들을 보면 먹기 전부터 기대가 들기 마련. 여기도 온도감이 높은 편이며 엄청 크리미하고 부드럽다. 오픈형 주방이라 사장님이 식재료 손질을 하시는게 바로 보인다. 싱싱한 원재료로 맛있는 젤라또를 만드는게 느껴졌던 곳. 


무엇보다 사장님이 엄청 착하시다. 2024 감베로로소 가이드북을 갖고와서 젤라또에 관심이 많다고 이야기하니 엄청 좋아하셨다. 신나셔서 여러 맛들을 맛보기로 주셨다. 이토록 친절한 환대에 엄청 감동받고 말았다. 사장님의 태도에 큰 감명을 받아 가게를 열고 나면, 외국인 여행자에게 더욱 다정하고 친절하게 접객해야겠다며 마음먹었다.

먹어본 맛 중에 가장 강렬했던건 버터와 잼 바른 빵맛. 통밀빵에 버터와 딸기잼 바른 것과 식감이 거의 유사하다. 젤라또가 아닌 부드러운 빵 먹는 것 같은 느낌. 부드럽고 촉촉한 빵의 식감을 어떻게 구현한걸까. 계속해서 생각나는 맛이었다. 


그리고 소르베를 되게 잘한다. 소르베는 지방이 거의 없어서 퀄리티 컨트롤을 잘 못하면, 텍스처가 덩어리로 작게 갈라지며 사각거린다. 여기 소르베는 쫀쫀하고 부드러워 확실히 내공이 다르다는게 느껴졌다 . 


Mara dei Boschi 

초콜릿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그렇다보니 초콜릿 맛이 많다. Sacher라는 다크초콜릿과 살구, 카카오닙스가 들어간 맛을 주문했다. 꿀이 뿌려져 윤기가 좔좔 나며, 카카오닙스가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좋다. 중간중간 살구향이 향긋하게 나 무거운 맛을 덜어준다. 토리노에서 먹은 초콜릿 중 제일 진해서 기억에 남았다. 


다만 딸기 소르베는 당도가 슴슴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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