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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상절리 Sep 23. 2024

가끔 생각나는 밀라노 젤라또 맛집

나의 젤라또 일주는 시칠리아를 거쳐 밀라노로 끝을 맺는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도시이기에, 다른 도시보다 기억이 생생한 밀라노.


우거진 나무 사이로 달리는 오래된 트램과 화려한 광고판이 묘하게 조화로운 도시였다. 왠지 서울과 닮아있던 밀라노, 독특한 광경 만큼이나 새록새록 떠오르는 젤라또 맛집을 소개한다.



Terra gelato


밀라노에 도착해서 처음 먹은 젤라또. 첫 입부터 성공적이라서 밀라노를 향한 애정이 한층 복돋아 올랐다. 밀라노 중앙역에서 도보로 약 10분도 안 걸려서 접근성은 좋다.


복층 구조라 1층에서 주문하고 2층에서 먹으면 된다. 짙은 청록색의 키컬러가 포인트. 젤라또 인포그래픽을 액자로 곳곳에 걸어뒀다.



제일 기억에 남는건 시나몬과 배맛! 이탈리아 젤라또 맛 중에 시나몬이 들어간게 참 많다. 테라 젤라또에선 시나몬 향이 세지 않고 은은해서 좋았다. 맛있는 수정과 젤라또 먹는 느낌이었다. 달짝지근하고 뭉근한 배 콩포트와 고소한 호두 알갱이가 함께 들어가 씹는 재미가 쏠쏠했다. 



Antica Gelateria Saltori

밀라노 중앙역 바로 옆에 있는 곳이다. 사실 가판대에서 파는 젤라또는 너무 시판 믹스 특유의 인공적인 단 맛이 나서 별로 선호하질 않는다. 그럼에도 후기가 워낙 좋아서 시도해보게 됐는데 웬걸..! 원재료 특유의 깊은 풍미가 잘 느껴져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내가 시킨건 생피스타치오맛과 바나나맛! 그동안 먹은 피스타치오 중에 제일 맛이 진했다. 꾸덕한데 안에 피스타치오 알갱이가 오독오독 씹힌다. 왜 후기에 피스타치오를 극찬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바나나맛.. 바나나 특유의 텁텁한 맛이 없고, 끝맛이 가벼워서 좋았다. 인공적인 바나나 향도 나지 않고 크리미해서 계속 생각나는 맛이었다. 



Il Massimo del Gelato

초코 젤라또 맛집의 끝판왕. 초콜릿 맛만 무려 8가지 종류가 있다. 역시나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여기는 시스템이 독특한데, 주문하면 번호표를 준다. 번호가 모니터에 뜨면 그때서야 맛을 말하고 받으면 된다. 은행 같은 시스템이 신선했다. 


궁금해서 초콜릿 맛 2가지를 주문했다. 피지 맛과 마씨모 100%맛. 


피지 맛은 초콜릿에 오렌지와 라임이 들어갔다. 시트러스향이 주를 이루진 않고 끝에 살짝 난다. 식감이 맨질맨질 부드러웠다. 


반면 마씨모 100% 맛은 엄청 진하고 꾸덕한게, 거의 브라우니를 먹는듯했다. 초코는 내가 그동안 먹은 것중에서 가장 진했다. 다만 다 먹고 나면 손에 엄청 묻어있고 갈증을 유발한다. 




“Gelato e Champagne” - Cerdini & Quenardel dal 1906


젤라또와 샴페인을 같이 먹을 수 있다. 무려 1906년에 시작됐다고 한다. 옛날 사진이 담긴 액자와 높은 층고 덕분에 운치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비 오는 날에 비를 피해 들른 곳인데 아주 낭만적인 선택이었다. 


소르베와 샴페인을 같이 페어링해서 준다. 사장님께 젤라또는 안되냐고 물어보니, 밀크 베이스와 샴페인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딸기 소르베를 추천해주셨다. 


딸기 소르베와 샴페인 조합은 아주 환상의 하모니다. 샴페인의 탄산이 과일의 상큼달큼한 매력을 극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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