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했다.
사람을 뽑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동시에 적당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도 된다.
사람은 잘 뽑아야 한다. 일단 뽑으면 무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육성의 관점에서 어느 정도는 커버가 가능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육성은 기본적으로 적합한 사람을 잘 뽑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육성은 조직에 맞지 않는 사람을 조직 잘 맞는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마법 지팡이가 아니다.
먼저 맞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사과 열매를 맺기를 원한다면 사과 씨앗을 심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적합한 사람을 뽑을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이 우리가 소위 말하는 인재인 것일까? 태도와 품성이 좋은 사람? 전문지식과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사람? 그것도 아니면 네트워킹 능력이 뛰어난 사람?
반은 맞고 또 반은 틀리다. 이는 회사마다 필요로 하는 또는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인재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능력 있는 사람과 적합한 사람은 다르다. 적합한 사람이란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는 핵심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회사마다 성장해온 역사, 문화적인 배경, 공유하고 있는 핵심가치, 핵심 성장 동력원이 다르기 때문에 인재의 정의와 기준 역시 그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람을 뽑을 때 공통적으로 적용이 되는 몇 가지 원칙들은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를 마트에서 전자제품을 고르는 일에 비유를 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현재 내가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제품을 구매해야 된다.
집에 성능 좋은 멀쩡한 10인용 대형 전기밥솥이 있는데, 굳이 3-4인용 전기밥솥 혹은 압력밥솥을 구매할 필요는 없다. 똑같거나 혹은 비슷한 제품을 두 번 사는 경우는 가족 구성원이 늘었거나 기존 제품이 고장이 나서 더 이상 쓸 수 없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이외의 경우는 굳이 똑같은 제품을 구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우습게도 실제 조직 내에서는 이런 웃픈(?)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직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복이 되는 포지션의 인원을 충원하는 경우가 있다. 기존 인력의 이탈을 고려하여 대체인력의 성격으로 선발하는 하는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물론 이런 경우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하지만 기존의 인력에 대한 정보 부족인 경우에는 문제가 심각하다. 수년만에 창고정리를 하다 보면 새로운 물건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 중에는 내가 현재 쓰고 있는 것들과 중복되는 물건들이 있을 것이다. 창고에 이런 물건이 있는 줄 알았다면 불필요한 낭비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제습기를 구매하려고 한다면, 집에 제습기능을 가지고 있는 물건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에어컨에 제습기능이 있다면 굳이 구매할 이유가 없다.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무엇이 필요한지를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는 구매를 했으면, 잘 써야 한다.
선물을 받은 물건이던 내가 직접 구매한 것이던 받은 것은 즉시 사용해야 한다.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애초에 구매할 필요도 없다. 사 두고 안 쓰면 그 물건은 녹슬거나 새로운 제품에 밀려 결국엔 폐기 처분된다. 한마디로 놔두면 똥 된다.
사용빈도가 높고 낮건, 기능이 좋건 나쁘건 버리지 않을 요량이면 써야 뭐라도 도움이 된다.
경력직원들이 조직에 쉬이 정착하지 못하고 이직을 결심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들은 새로운 조직에서 새로운 구성원들과 새로운 일을 혹은 기존에 해오던 일을 조금은 다른 방식과 관점으로 접근해보고자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의 노력은 번번이 거절당하고 만다. 다른 사람의 접근방식을 그대로 준용해서 사용하기를 강요당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존재 이유가 희미해진다. 내가 이 조직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불신이 생겨난다. 이것이 조직을 떠나게 하는 나름의 명분을 부여하는 것이다. 잘 쓰지 않으면 돈도 사람도 잃게 된다.
세 번째, 기능이 많은 것에 현혹되지 않는다.
옵션이 많을수록 몸값은 높아진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라. 내가 과연 이 모든 기능을 다 필요로 하는지. 굳이 필요하지 않은 옵션을 비싼 값을 주고 살 필요는 없다. 내게 필요한 기능만 있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를 하는 것이 옳다.
내구성이 있는지, 하나의 기능이라도 고장 없이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있다는 말은 뒤집어 보면, 무엇 하나 특별한 것이 없다는 의미도 된다. 조직은 협업을 통해 성과를 낸다. 성과는 만능 일꾼보다 서로 각기 다른 분야의 Specialist가 만났을 때 더 큰 결과물을 가져온다. 따라서 스펙이 많은 것에 현혹되지 말고 필요한 스펙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지만 점검하면 된다.
네 번째, 중고제품을 구매할 때는 반드시 제품 이력을 확인한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썼는지, 왜 판매를 하는 것인지 알아야 한다. 얼마 전 작업용으로 중고 모니터를 구매했는데, 별 문제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니터 화면 밝기가 너무 어두워서 쓰기 불편했던 경험이 있다. 겉보기에 멀쩡해 보여서 특별히 더 확인을 하지 않고 구매했던 내 잘못이다. 알고 보니 연식은 오래되지 않았으나, 연식대비 사용시간이 과도하게 많았다. 단순히 겉모습만 보고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인사(人事)는 역시 만사(萬事)”다.
조직의 관점에서는 좋은 사람, 능력 있는 사람을 뽑기보다는 불필요한 욕심을 버리고, 냉정하게 우리 회사와 조직에 적합한 사람을 뽑도록 해야 한다. 개인의 관점에서는 좋은 사람이 아닌 필요한 사람, 능력 있는 사람보다는 역량을 갖춘 인재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