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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ad Mar 17. 2020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느낄 때, 돌아보아야 할 것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느라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현상은 직장인 초년생들에게서 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19년도 잡코리아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새해 이직 계획을 물었습니다. 직급에 관계없이 약 60%가 이직 계획이 있다고 답했고, 그 이유 중 사원들이 1순위로 꼽은 것은 '현재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입니다.


이는 신입사원의 이직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참고로 한국 상공회의소 자료에 의하면 신입사원의 1년 이내 퇴직 비율은 중소기업의 경우 30~40%에 이르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의 경우에도 10%대를 상회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자신이 좋아하지도 않고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일을 선택하게 된 것일까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아니거나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일까요?  

그렇다면 그 판단 근거는 무엇일까요?


물음표를 던져놓고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고, 적성에도 맞는데 본인이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미처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녀석이 있습니다.
자녀교육에 별 관심이 없다라면 거짓말이지만, 극성맞게 아이 교육에 신경 쓰는 편도 아닙니다.
(모든 부모의 소망이기도 하겠지만, 건강하게 별문제 없이 자라만 준다면 좋겠습니다.)
아이에게 가급적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주려고 노력은 하지만 절대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딱 한 가지 강제(?)로 시키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수영'입니다.
생존과 관련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죠.

처음 1년은 아주 재미있게 수영을 배우러 다녔습니다.
그런데 2~3년 차에 접어들 때쯤, 수영이 하기 싫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수업시간이 다가오면 늘 화장실을 핑계로 느지막이 집을 나섰고,
그렇게 매주 실랑이하면서 10분~20분 정도 수업에 지각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억지로 시키는 제 마음도, 또 억지로 해내는 아들 녀석도 속상하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 여름휴가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한낮에는 호텔에서 물놀이를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들 녀석에게 그동안 배운 수영 실력 좀 보여달라고 하니, 여유롭게 자유형부터 선보입니다.

그때였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조그만 아이가 야무지게 수영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귀여웠던 모양입니다.
이내 손뼉 치고 환호하며 아들을 응원하기 시작합니다.
그 모습에 아들 녀석은 단단히 삘(?)이 받았습니다.
그 후로 내리 1시간을 입술이 파래질 때까지 쉬지 않고 수영을 하더군요.
겨우 겨우 뜯어말렸습니다.

그 날 이후로, 아들 녀석은 '수영장 가기 싫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화장실을 핑계로 수업에 늦지도 않았습니다.
늘 호통치던 수영 선생님 때문에 자신이 수영을 좋아한다는 사실.
그리고 수영을 꽤나 잘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것입니다.

 

사람은 단순합니다.

자신이 잘하는 일을 좋아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은 누가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잘하게 되어있습니다.


혹시 일을 하면서

"이 일은 내 적성에 잘 맞지 않아!"

"내가 이 일을 좋아하기는 하는 걸까?"

"이 일은 참 하기 싫은 일이야.."라는 생각이 든다면

먼저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야 합니다.


"이 일을 잘하고 있는가?"
"이 일을 통해서 성과를 내고 있는가?"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 아니라, 단순히 성과를 낸 경험이 부족해서일지 모릅니다.

혹은 내가 그 일을 충분히 수행할 만큼의 준비(역량)가 부족한 탓인지도 모릅니다.  


일이란 것이 그렇습니다. 모든 과정이 가슴 뛰고 설레지는 않습니다.

펌프로 물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마중물이 필요하듯이, 일의 결과물 혹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무던하게 인내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러한 과정을 자신의 적성과 연관 지어 성급한 판단을 내리곤 합니다. 마중물만큼의 노력도 없이 펌프질로 물이 나오질 않는다고 쉽게 포기하는 것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적성에 대한 고민이 든다면 먼저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볼 일입니다. 질문을 통해 충분한 자기 성찰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의문이 든다면 그때 다른 선택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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