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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정목 Feb 19. 2018

처음과 끝이 같은 인생

명절이 지나고 나면 참 많은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찹니다.


나를 중심으로 한 가족들이랑 주로 지내다가, 내가 구성원이었던 가족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될 것인가에 대한 많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나이가 들면서 나를 중심으로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나, 배우자 그리고 우리 아이들과 함께 연휴 때 시간을 내서 어딘가로 휴가를 가고 싶은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씩은 명절이면 온 가족이 함께 해야한다는 부모님의 의견에 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질문을 부모님에게 하는 것입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명절이 되면 뭘 하고 싶으세요?"


그러면 부모님은 이렇게 대답을 하실겁니다. "당연히 나, 배우자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랑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지."


그리고 부모님 대답에 들어간 우리 아이들에게는 당연히 제가 포함이 되기 때문에, 부모님이 원하는 것과 사실 제가 원하는 것은 완전히 동일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이해를 못 하는 경우가 너무 많이 있습니다.



나이드신 분들이 지내는 요양원에 가면, 요양원 벽면에 요양원에 계시는 분들을 모시고 미술 시간을 보낸 사진들이 있고, 그 분들을 모시고 근처 휴양지나 호수 같은 곳에 함께 갔다온 사진들이 붙어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똑같이 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입니다.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에 가면 아이들이 했던 미술 활동 시간을 찍은 사진들이 붙어있고,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공원이나 유적지 같은 곳을 다녀온 사진들이 붙어있습니다.


제가 어릴 적 부모님은 저에게 밥을 떠다 먹여주셨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고, 지금은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겨서 아이에게 밥을 떠다 먹여주기 바쁜 식사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도 나이가 들면 언젠가는 누군가가 또 떠다 먹여주는 밥을 먹여야 하는 때가 분명히 올 것 입니다.


갓 태어나서 말도 못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를 시간이 지나서, 지금은 어떤 일이든 머리를 굴려가면서 빠른 해결책을 만들어 갑니다. 하지만 저도 나이가 들면 빠른 영화의 스토리도 따라 잡기 어려운 때가 올 것이고, 부모님들이 힘들게 익히셨던 핸드폰처럼 저도 평범하지만 저에게는 따라가기 힘든 장비를 이용하는 방법을 익히기도 버거운 시간이 올 것 입니다.


그리고 나면 굳이 치매와 같은 질병에 걸리지 않더라도, 특별한 고민과 생각이 없이 시간을 보내는 때가 분명히 올 것 입니다.



이런게 생각을 하다 보면 과연 인생이 무엇인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때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 때 중심을 잡아주는 인생의 철학이 없다면, 진짜로 소중한 시간을 그냥 흘려 보낼 수도 있습니다.


저에게 송정목이라는 개인의 삶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가족들을 위해서 "희생"을 하고 싶은 마음을 항상 간직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 또한 인생이 무상하다는 생각에 삶의 의욕을 잃어버릴 것 같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저를 매우 잘 아는 누군가가 저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소장님은 이렇게 열심히 벌면서 돈을 이렇게 안 쓰다 그냥 죽으면 허무하지 않을 것 같으세요?"


사실 저는 이 질문에 대해서 예전에 이미 많이 고민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매일 여러 명과 대면 상담을 하고, 전화 상담을 하다보면 온 몸에서 기가 빠지는 것 같은 때가 자주 있습니다. 그렇게 자정이 다 되서 퇴근을 하기 위해서 운전대를 잡으면 매우 허무한 때가 있습니다. 


그 때 저도 참 많이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가 열심히 일한 대가를 제가 누리고 싶은 생각을 버렸습니다. 다만 제가 노력한 결과에 대해서 제가 없어지더라도 저희 아이들과 저의 와이프가 온전히 누릴 수만 있다면 크게 개의치 않기로 했습니다. 


제가 만약 부모님 덕분에 부족함 없이 살았다면,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기 때문에 저의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제가 부모님 덕을 받은 것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만약 제가 부모님의 덕을 보지 못해서 조금은 힘든 삶을 살았다면, 저는 제가 아무 것도 못 누리더라도 저의 아이들에게는 그런 삶을 물려주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마음가짐음 잡으니 훨씬 더 인생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생긴 것 같습니다.



이번 명절도 저에게는 많은 숙제들이 주어진 것 같습니다. 그 많은 숙제를 절대로 다 풀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더 아픈 것 같습니다.


인생은 처음과 끝이 같은 것 같습니다. 아이로 태어나서 결국은 아이처럼 인생을 마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때 저에게 사회적으로 또는 어떤 단체에서 성공한 사람으로 평가 받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오랫동안 가족들 사이에서 즐거운 이야기로 남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저의 부모님이나 형제들 그리고 다른 가족들 구성원들도 저에게 그런 사람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이번 명절 때 각자 다르겠지만 뭔지 모를 뭔가를 느끼셨다면, 다만 몇 주 또는 몇 달 만이라도 지금 본인들이 생각하는 것들을 실천하면서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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