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경제 위기라고 불리우던 1997년 11월에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 지원을 받던 사건에 대해 다룬 "국가부도의 날"이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아주 단순하게 영화가 어땠냐라고 물어본다면 저는 그저 그렇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별 다섯 개 중에서 몇 개의 별을 줄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그냥 2.5~3개 정도를 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때가 저에게도 아주 특별한 시기였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동안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개인적인 경험들을 떠오르게 해서 너무 슬펐고, 다른 한편으로는 제 스스로를 다시 한번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상황을 간단히 요약해 보겠습니다.
태국에서 시작된 환율 위기는 동남아시아를 중시으로 급속히 번져갔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한국 경제에 대해서 확신이 없었던 외국 투자자들은 우리 나라와 우리 기업들에게 빌려준 돈을 다 회수를 하면서 우리나라는 "IMF 금융 위기"를 맞게 됩니다.
외국 자본들이 빌려간 돈을 회수했다는 것에 대해서 좀 더 쉽게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가령 예를 들어서 제가 철수라는 친구에게 100만원을 빌립니다. 빌릴 때 3년 뒤에 갚겠다고 하면서 매월 이자를 얼마씩 주기로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나고 나서 제가 물어봅니다. 이자를 계속 줄테니 3년만 더 빌리겠다고 말입니다.
그 때 철수는 이자도 꼬박 꼬박 잘 주고, 이율도 나쁘지 않고, 3년이 되기 전에 갑자기 돈을 갚지 않고 사라지지 않을 것 같으니 3년 더 빌려주겠다고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 다시 3년이 되던 시점에 저는 한번 더 빌리는 기간을 연장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연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지금까지 철수에게 매달 이자를 꼬박 꼬박 잘 주었고, 무엇보다도 철수에게 빌린 돈을 안 갚고 도망갈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철수는 빌려준 돈을 계속 잘 연장해서 빌려줬기 때문에 저는 이번에도 철수가 빌려준 돈을 당장 갚으라는 이야기를 안 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의 예상과는 다르게 철수는 더 이상 빌려줄 수 없다면서 당장 원금을 돌려달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제가 돈이 없어서 곧 도망갈 것 같다라는 "소문"이 돈다는 것입니다. 저는 아무리 아니라고 했지만 철수는 안 된다고 돈을 갚으라고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제가 이렇게 돈을 빌린 사람이 철수 뿐만 아닙니다. 영희, 영식 등 여러 친구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돈을 빌려서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소문이 여기 저기 퍼져서 그 친구들이 다 빌려준 돈을 더 이상 안 빌려준다면 갚으라고 합니다.
근데 문제는 그 모든 돈들을 다 갚기에는 저는 현금이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당시 IMF 금융위기와 비슷한 것입니다.
태국에서 시작된 아시아의 경제 위기 속에서 한국의 기업들도 위험하다고 외국 투자자들이 생각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만기된 채권에 대해서 연장없이 모두 원금 회수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기업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돈 이상으로 빌려썼기 때문에 한꺼번에 원금 회수에 나선 외국인들에게 현금을 줄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한국 은행의 외환보유고가 많았다면 차라리 한국 은행이 각각의 기업들에게 일단 돈을 빌려주면 되는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도 이 정도의 달러는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나라는 결국 IMF라는 국제통화기금에서 달러 자금을 빌려왔습니다. 그런데 IMF라는 국제통화기금은 단순히 돈만 빌려주는 곳이 아닙니다. 돈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해당 나라의 문제가 되는 경제 정책 등을 모두 바꿀 것을 요구하는 곳입니다. 그렇게 해야지만 자신들이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입니다.
1997년 이전에는 우리나라는 마치 지금의 중국처럼 외국 자본이 무분별하게 들어오지 못하게 여러 장치를 걸어두었는데, 돈을 빌리는 조건으로 IMF는 그런 정책을 바꿀 것을 요구합니다.
가령 예를 들어서 외국 회사들이 한국에 들어올 때에는 무조건 우리 나라 기업들과 합작을 해야하던 것을 단독으로 투자 유치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주식 시장에 외국 자본이 몇 프로 이상 못 들어오게 되어있던 것을 그 이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 비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또 해고가 쉽지 않던 당시의 법률을 위기 속에서 기업들이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을 쉽게 만들었고, 비정규직이라는 형태의 고용도 쉽고 많이 할 수 있게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화가 약세인 환율 덕분에 외국인들은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을 인수 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서 이전까지는 볼 수 없던 여러 경제적인 문제들도 함께 생긴 것입니다.
물론 긍정적으로 바뀐 부분들도 분명히 있긴 했습니다.
근데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아닌 우리 개개인들도 이렇게 금융위기에 빠질 수 있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연봉이 높고, 승진 좀 했고, 월급이 좀 들어온다고 해서 소비가 늘어나는 사람들.
대출을 받아도 이자는 충분히 낼 수 있다고 생각이 되서 대출을 너무 많이 받아서 집을 산 사람들.
분수와는 다르게 허세에 빠져서 필요 이상으로 비싼 차를 사는 사람들.
그들이 결국은 1997년도의 대한민국과 같다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언젠가는 금융 위기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저금리 시대에 대출을 받았지만 향후 금리가 올라갈 것을 생각하지 못하다가 높아진 금리에 가계 경제가 어려워 질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승승장구만 할 줄 알았는데 어느 날 실직을 하면서 돈은 못 벌고, 그 동안에 모은 것도 없어서 생활이 어려워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항상 건강할 줄만 알았는데 갑자기 큰 병이 생겨서 휴직을 해서 월급은 못 받고, 병원비는 많이 나오고 그런데 건강보험이 없어 모든 돈으로 병원비를 내다가 가계 경제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1997년 금융위기가 오기 직전 우리나라는 OECD에 가입을 했고, 전 국민의 85% 이상이 자신은 중산층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 대우를 비롯한 수 많은 기업들이 전세계에 공장을 짓고 엄청난 수출 실적을 발표를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의 4마리 용 중에서 단연 최고라고 우리 스스로를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감당할 수 없는 대출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갑작스런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를 버틸만한 자금들이 각각의 기업들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는 없었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연봉 5,000만원에 4,000만원 짜리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계시지는 않으신가요? 그런데 4,000만원이 없어서 그 차를 할부나 니스로 대출 이자까지 붙여서 나눠 내고 계시는 것은 아닌가요?
퇴직 이후의 경제 생활에 대해서는 아무런 준비도 안 되어있으면서, 지금 생활을 즐기는데 너무 푹 빠져 계신 것은 아닌가요?
은퇴 후 생활비가 없을 때 "아이들"이라는 금융 기관에서 "용돈"이라는 구제 금융을 통해서 살 계획을 벌써부터 하고 계신 것은 아닌가요?
여러분이 아무리 난 괜찮다고 하더라도, 여러분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도,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위기가 몰려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때가 왔을 때에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개개인이 알아서 잘 버티고 그런 상황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버틸 수 있는 비상식량과 같은 여유 자산이나 유동성 자산이 충분히 있어야 합니다. 또는 건강에 대한 부분이라면 최소한의 건강보험은 가지고 계셔야 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저를 포함한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1997년도에 OECD에 가입되었다고 좋아하고, 일자리가 넘쳐서 어디든 취직을 할 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위기"라는 단어 자체를 잊고 있던 대한민국과 같은 처지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1997년도와 1998년도의 안 좋았던 경험들이 떠올라서 힘들었고, 이 영화가 제 자신에게 개인적인 메세지를 주는 것 같다는 생각에 긴장을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살고, 즐기는 것이 당연히 맞는 것이지만 조금이라도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이성적인 판단은 항상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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