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 투자 일지

42세 증권사 싱글남의 여피스런 일상다반사

by Jeremy Yeun

[독거의 서재 - 반도체 제국의 미래(정인성)]



어제 씨게이트 5TB짜리 외장하드를 샀습니다. 15만 개의 영상과 사진이 드디어 기존 외장하드를 다 채워갔기 때문입니다. 처음 디카를 사용한 것이 2000년이니 20년간의 인생이 담긴 것이죠. 물론 문서와 음악 파일 등도 있지만요. 지금까지 제 외장하드가 SSD인 줄 알았습니다. 엄청 콤팩트하고 조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이것이 HDD였더군요. 이 분야도 엄청난 기술적 진보가 있었지만 워낙 SSD가 눈이 부셨죠. 물론 사용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새 제품도 HDD입니다. 5TB HDD가 17만 원인데 이것이 SSD였다면 가격이 달나라로 가버리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 책을 읽고 나니 낸드의 역사부터 눈에 다 보입니다. 참고로 삼성전자가 HDD 사업부를 시게이트에 팔아버렸으니 전신은 삼성전자였죠. 사업부를 팔 때 삼성전자가 씨게이트로부터 주식과 현금을 5대 5로 받았는데 주식이 나중에 폭등하여 1조 차익을 내고 팔았다던 스토리도 있습니다.



증권업계 세일즈에 있다 보면 여러 업종을 신입사원 때부터 공부하게 되는데 그야말로 '얇고 넓게' 공부하게 됩니다. 물론 주식 혹은 채권, PF팀이나 데이비드 리 님처럼 에너지 쪽에 있으면 그쪽 전문가가 되지만 아주 소수이기도 하고요. 업종에 대한 공부를 따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넘쳐나는 시황과 업종 리포트 들을 팔로우 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갑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렇게 파편화되어있었던 정보들을 한번 체계를 잡아주고 살을 붙여주는 장점이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예전에 가까이 지내던 반도체 애널 출신 전업투자가(카이스트 반도체 전공)께서 늘 삼성전자는 위대하다고 하면서 중국이 따라오기 힘들다는 등...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주식은 늘 그것을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계륵 같은 존재긴 했습니다. 삼성전자를 고객에게 추천을 한다는 것은 벤치마크를 따라가기 위한 속 편한 전략이거나 엄청 거대한 고객일 때, 아니면 종목 공부를 안 한(?) 정도로 치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몇 년간 삼성전자의 주가는 두드러지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워낙 큰 시총이다 보니 코스피까지 말아 올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초반 부분에 눈에 띄는 부분은 한일 반도체 전쟁입니다. (https://youtu.be/4 b88 GM2 dzRg) 흥미로운 것은 일본은 게임의 룰과 미래 전략을 트렌드를 예상하지 못한 체 만들다 보니 좋은 기술을 가지고도 시장을 선도하지 못하고 부지기수로 헛발질을 했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한일전과도 같은 90년대 이후 반도체 전쟁을 관전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D램에서는 남들이 트렌치 방식을 고수할 때 스택 방식을 채택하여 성공하였고 남들이 실패한 틈을 타 높은 수익성, 그리고 이를 발판으로 하여 초미세 공정에서 초격차를 이뤄 늘 경쟁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경제적 혜자를 이뤄냈습니다. 그리고 플래시 메모리에서는 경쟁자들이 기술이 잠재력을 모를 때 앞선 디램 기술을 발판으로 대규모 투자를 했고 애플을 비롯하여 초소형 저장장치의 수요가 폭발한 시대적 수혜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20여 개의 디램 경쟁자와 40여 개의 플래시 메모리 업체들은 삼성전자의 초격차 아래 무너져버렸습니다. 플래시에서 있어서도 낸드와 노어 중에서 낸드를 선택한 것도 신의 한 수였습니다. 현대차의 성장과정을 아는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삼성전자나 현대차나 시대의 흐름과 트렌드를 잘 따랐고 상용화하여 성공했다는 비슷한 스토리가 있습니다.



인텔과 AMD의 최근 20년간의 격전도 굉장했고 이 와중에 태동했던 기업들과 망한 기업들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한때 AMD가 서버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더군요. 이들의 기술경쟁은 프로그래머들과 고객들에게 크나큰 도움이 되어왔습니다.



삼성과 인텔은 각각 종합 메이커로서 디램과 CPU 시장을 독식하고 있습니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디램은 30%, CUP는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30% 중 절반을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으니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15% 정도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인텔이 위대해 보이는 장면이죠. 인텔의 위대한 궤적을 저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김현진 박사님이 저력을 이야기하시고 인텔을 응원하시는데 십분 이해가 갑니다.



AI가 발전하면서 발생한 반도체 시장의 지각변동도 드라마틱합니다. GPU와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각광을 받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와 삼성전자에게 빛이 들기 시작했죠. CUP는 고학력 노동자, GPU는 일용직 노동자라는 비유도 재밌었습니다.




이렇듯 반도체 시장에 대한 많은 배움이 있었지만 늘 반도체 영역은 투자가 힘든 시장입니다. 특히 사이클을 타는 시장이다 보니 일반투자자가 그 사이클을 이해하고 선점하여 투자를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거기에 변수도 있죠. 과점화된 시장이라 주가의 움직임이 무겁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저 위대한 인텔이 저렇게 빠질지도 몰랐죠.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2018년 이후로는 반도체는 잘 손이 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올해 상반기의 책이 될 수도 있을 만큼 좋은 책이었고 단톡 방에서도 호응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책을 정할 때마다 서점을 한동안 두리번거리고 고민이 많은데 이렇게 반응이 좋으면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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