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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할 만큼 했다...

by 정재혁
20161112204655584_008_prev_99_20161112205205.jpg 촛불의 바다(출처: 노컷뉴스)

한국사회가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먼저 한국사회의 무엇이 변하고 있지 않은지를 밝히고 나서 그것이 왜 변해야 하는지를 사람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단순히 당위적인 주장만 늘어놓게 되면 결국 그 주장은 힘을 잃어버리고 만다.


이런 의미에서 촛불집회는 한국사회를 충분히 변화시켰다고 본다. 대통령의 부정을 알게 된 국민들이 직접 광장으로 뛰쳐나왔고, 국회의 탄핵안 가결을 이끌어냈다. 이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였고,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이기도 했다.


이제 문제는 그다음이다. 촛불집회는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 뒤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초기의 뚜렷한 목표의식은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촛불집회를 가리켜 ‘축제’라고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뭔가 세상을 바꾸자는 이야기는 나오는데, 실상 알맹이는 안 보인다.


집회나 시위는 고도의 정치적인 행위로,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폭력도 불사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박근혜 탄핵’과 같은 뚜렷한 목표가 있었던 집회 초기에는 평화로운 와중에도 무거운 긴장감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긴장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 사회가 변하려면 기본적으로 구성원 대다수가 공통의 목표를 설정하고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만 한다. 박근혜 탄핵안 통과까지는 이것이 가능했는데, 그 뒤에 이어진 촛불집회에서는 사람들이 같은 촛불을 들고 있기만 한다. 촛불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된 셈이다.


촛불집회는 이미 한국사회를 많이 변화시켰다고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 촛불집회를 계속 이어 나가던지, 아니면 이쯤에서 마무리 짓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던지.


새로운 목표가 없이 지속되는 촛불집회,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주장들은 결코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없으며 사회를 변화시킬 수도 없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다. 촛불은 할 만큼 했다. 원래 축제가 끝나고 난 뒤가 가장 허전한 법이니, 이러한 헛헛함을 몸소 체험하는 것도 한국 사회의 좋은 경험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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