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2병, 모순적인 교육 구조의 파편.
목적성의 상실과 수동적 개인.
흔히들 이야기하는 '대2병'이 나에게도 찾아온 것 같다. 최근 들어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대학에서의 배움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 매일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뚜렷한 목적도, 목표도 없이 주어진 시험, 과제들만 해나가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대학에서 배우는 학문들은 하나같이 고답적으로 느껴지고 진정 내 삶에 도움이 될까 의문스럽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나만 겪고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얼마 전 참 좋은 학교를 다니고 있는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공부를 참 열심히 했던 친구였는데, 같은 회의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친구와 나를 포함해 이러한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수동적으로 공부해 왔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고등학교 때까지 '대학 진학'이라는 뚜렷하고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왔다. 물론 이러한 목표는 우리의 관심과 자유를 통해 정해진 목표가 아니다. 부모, 주변인, 학교, 사회는 학생들에게 '대학 진학'이라는 목표를 주입시키고 강요한다. 이로써 학생들은 스스로의 목표를 능동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강요되고 주어지는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이러한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데 익숙해진다.
대학은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폭넓은 선택과 결정의 자유를 학생들에게 부여한다. 수업 시간표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부터, 연수, 인턴십, 학회, 등의 다양한 활동을 개인의 관심과 자유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즉, 대학은 개인이 능동적인 삶을 꾸려나가기를 장려한다.
바로 이 괴리 때문에 한평생 수동적으로 살아온 학생들은 혼란과 회의감에 빠진다.
'대학 진학'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목표를 달성한 학생들은 목적성을 상실한다. 대학은 학생들에게 자유를 부여하지만, 학생들은 오히려 그 자유를 활용하지 못한다. 이미 주어진 것에 충실한 수동적인 삶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해방에 스스로의 목표와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막연하고 불안정한 삶을 살아간다.
물론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고 자신의 자유를 십분 활용하여 목표를 정해 살아왔던 학생들은 대학에 와서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한 새로운 목표를 찾고, 다양한 시도와 경험을 하며 자신만의 길을 향하기 위한 토대를 공고히 한다.(내 주변에도 몇몇 아이들이 그런 멋진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모순적인 교육 구조 아래서 수동적 개인으로 성장하며 대학 진학 이후 목적성을 상실하고 스스로 목표를 찾지 못하는 문제를 겪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론 교육 구조의 변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겠지만(수능이 10년 안에 폐지된다고 들었다. 더 좋은 교육 정책과 제도 개편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 10-20대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노력은 능동적 개인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매우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현대 사회에서는 고등학교 때처럼 강요되고 주어지는 목표만을 위해 노력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없으며, 빠르게 변화하는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도 자신만의 확고한 방향성을 따라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