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올려다 본 시계는 어느덧 밤 9시를 알리고 있었다.
그 순간, 아이가 눈을 비비기에 지금이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곧 육아퇴근을 할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자기 전에 해 줘야 할 것들을 마무리 지으려 분주하게 몸을 움직였다.
오늘도 어제처럼 정신없고 버거운 육아였지만 그럼에도 결국 이 순간이 찾아왔다는 것에 감사함을 가지며 아이를 바라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소파에 가지런히 앉아 있는 아기상어 친구들에게 굿나잇 허그를 하며
하루를 마쳐야하는 시간이 왔음을 받아들이는 아이를 보니 그렇게 사랑스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
아마 이 때 느낀 '사랑스러움'이란 잠투정 없이 얌전히 잠에 잘 들지 않을까 하는 나의 기대가 덧입혀진 다른 색의 사랑스러움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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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의 은은한 불빛이 아른거리고 있는 아이의 방에 함께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아이는 자신의 베개 위로 몸을 내던졌다.
오늘 하루가 만족스러웠는지 이불을 자신의 몸 쪽으로 끌어다놓으며 아이는 얼굴을 베개에 부비었다.
잠들기만 하면 되는 이 평온함이 찾아오니 오늘 하루 아이가 속상하게 했던 모든 상황이 눈 녹듯 녹아내리고
이렇게 이쁜 너를 다그쳤구나 하는 생각에 미안함으로 아이의 등을 쓸어내렸다.
그러면서 이제부턴 이 어둠속에서 아이가 어느 정도 깊은 잠에 든 건지를 파악해야 했기에 적외선 카메라가 된 것 마냥 한껏 아이에게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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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베개를 쓰다듬는 아이의 손길이 느려지는지,
눈을 깜빡이는 속도가 줄어들고 있는지,
꽉 쥐었던 주먹이 서서히 풀리고 있는지,
온 몸의 신경을 아이에게 향한 채
이 아이가 어서 깊은 잠에 빠져들기를 간절히 빌며 토닥인지 몇 분이 지났을까
드디어 아이의 숨이 깊어지고 작은 긴장마저 풀어지는게 보였다.
이제 나에게는 마지막 미션만이 남았다.
최대한 무사하고 안전하게 이 방을 빠져나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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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이던 손을 아주 조심스럽게 떼면서 바스락거리는 이불의 작은 소리조차 나지 않도록
숨을 참고 순간적으로 코어의 힘을 잡아
최대한 조용하고 빠르게-
함께 뉘였던 내 몸뚱아리를 둥그렇게 굴리며 일어났다.
발걸음 소리가 날까봐 비틀거리며 발가락으로만 걸음을 내딛는 내 스스로가 창피하고 웃겼지만
이 순간은 나에게 오늘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최대한 큰 보폭으로 문을 향해 두 번째 걸음을 내딛으려는 찰나,
싸--------한 공기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갔다.
그리고 마주한 내 딸의 똘망한 눈빛.
말소리가 나지 않아도 이미 눈으로 말하고 있었다.
'엄마 어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