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이다. 평소에도 자주 까먹기 일쑤였고 엄마는 '너는 기억하고 있는 게 뭐니'라고 한탄할 정도였다. 물론 대학원에 들어올 정도이니 기억력에 답이 없는 건 아니다. 왜 기억력이 이렇냐면, 정답은 무심한 성격이라 사소하다고 생각한 것을 더 자주 까먹고 진짜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만 걸러서 기억한다는 것이다.
결국 필요한 것을 더 기억하기 위해 메모를 시작했다. 하지만 내 메모의 본격적인 시작은 언제부터인지는 모른다. 메모에 본격적으로 재미를 붙였던 건 유튜버 우기부기 님에 의해서였다는 것은 기억한다.
우기부기 님은 기록을 손으로 작성하시기도 하지만 앱으로도 하시는 편이다. 이 영상이 올라올 쯤에는 에버노트였지만 지금은 노션을 사용하신다고 한다.
나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에버노트를 사용했었다. 하지만 에버노트는 UI 변경으로 인해 사용하기 불편해졌고 결국 나는 에버노트 사용을 그만두었다. 그다음에 사용해 본 앱은 노션이었다. 노션도 처음에는 좋았다. 하지만 빠른 것을 추구하는 나에게는 노션도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기다 노트북에서도 노션은 느렸다. 사용하기 매우 불편했다.
결국 난 제대로 된 앱을 찾지 못하고 몇 년을 방황했다. 이런 내가 다시 메모 앱을 찾으러 나서게 된 것은 히조 님의 <하지 않는 삶>을 읽고 난 후였다.
외출 후에 손을 씻는 것처럼, 메모는 내게 하루도 거르지 않는 습관이다. 필사나 일기는 대부분 노트에 손으로 쓰지만 메모할 때는 핸드폰 메모장을 적극 활용한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생각과 기록을 동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리 한복판에서 산책을 하다가, 버스를 타고 가다가, 집에서 책이나 영화를 보다가 수시로 핸드폰을 꺼내 메모장을 켠다. 이런 습관은 아까워서 생겼다. 내가 보고 듣고 말하고 느낀 것들이 사라지는 게 아까워서.(132p.)
이 책을 읽고 문득 머릿속에서 스치던 앱이 있었으니, 바로 네이버 메모였다. 바로 네이버 메모를 찾아갔다. 사용해보니 에버노트와 달리 파일을 올릴 순 없었지만 그래도 사용하긴 괜찮았다. 가끔 앱에 쓴 글을 컴으로 편집하면 글씨 크기가 달라져 있지만 그건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아니었다. 이렇게 네이버 메모에 정착하게 된 것이다.
나는 자기만족용 캐릭터 구성, 대학원 강의, 독서 등 필요한 것을 거의 메모한다. 요즘은 불렛저널을 사용할 심리적 여유가 나지 않다 보니 일정 관리도 네이버 메모가 책임지게 되었다. 영 급할 때는 빠르게 쓸 수 있는 종이 메모를 하는 편이지만 전체적인 것은 앱이 책임진다. 폰으로 간편하게 수정도 하니 참 좋다. 사진도 올릴 수 있으니 필요하면 올려두기도 한다.
메모를 통해 쓰인 글 중 하나가 바로 <편식 극복 시리즈>다. 아직 2편을 쓸 정도의 음식을 접하진 않아서 아직 메모로만 남은 상태이지만 미리 써두면 나중에 다듬어서 올리기 편해서 좋다.
이번 주에 메모가 100개를 넘었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 지 2개월이 다 되었을 쯤이었다. 물론 메모가 많기만 하면 좋지 않다고 해서 정리를 해두는 편이다. 앞으로도 메모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