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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Oct 11. 2022

옥스퍼드에는 어른들의 꿈이 자란다

Carfax Tower 카팩스타워


옥스퍼드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카팩스 타워(Carfax Tower)에 올랐다. 옥스퍼드의 시 중심에 위치해 있는 카팩스 타워는 옥스퍼드의 건물 중 가장 높아 도시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서는 좁은 회전 계단을 오르는 수고를 감내해야 하지만, 타워 꼭대기에 올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있자면, 내가 너무 쉽게 이런 호사를 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오늘처럼 날씨까지 딱 맞아떨어지는 날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하루의 시작이라 할 수 있겠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거리에서 높게만 보이던 건물들이 내 시선 아래에 위치하고, 나와 같이 그 거리를 걷던 사람들은 작은 점 또는 선이 되어 눈에 담긴다. 분명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 거리 위의 여행가였지만, 타워 꼭대기에서 나는 관람객이 되어 그들의 일상을 차분히 감상한다.


높이가 비슷한 건물이 없어 유독 바람이 심하게 불었던 카팩스 타워의 꼭대기에서 아무 말 없이, 꽤 오랜 시간 동안 옥스퍼드의 작은 풍경을 내 눈에 담았다. 그곳이 유난히 좋았던 건, 아무래도 옥스퍼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지만 주변과의 적당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옛말에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볼 수 있다고 했다. 사실 너무 낮지도, 너무 높지도 않은, 큰 건물을 볼 수 있지만, 동시에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그러니까 카팩스 타워 정도의 높이에서 날아야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건데 말이지

Oxford Street 옥스퍼드 거리



옥스퍼드는 사람이 자연과 어우러져 살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동네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눈이 부시게 맑은 하늘과 가을볕을 받고 노랗게 옷을 바꿔 입는 나무들, 그리고 그 사이로 흘러나오는 바람. 그 바람을 타고 퍼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도시를 가득 메우면 거리는 순식간에 활기를 띤다.



Christ Church 크라이스트 처치


해리포터 덕후라면 반드시 들린다는 '크라이스트 처치'. 크라이스트 처치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모두가 해리포터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다. 지팡이와 교복만 없을 뿐이지, 누군가는 그리핀도르에 속한 학생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슬리데린에 속한 학생이 되어 크라이스트 처치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건물 전체에 해리포터, 헤르미온느, 론 위즐리, 덤블도어, 맥고나걸, 시리우스 블랙, 또 어쩌면 볼드모트가 살아 숨쉬는 셈이다.



크라이스트 처치의 연회장에서는 신입생 환영회가 열리고, 넓은 사각형 안뜰에서는 퀴디치 연습이 한창이다. 해리포터 이야기는 현실과는 괴리감이 있는 판타지 소설이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나는 이미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을.



옥스퍼드에는 아이들 못지않게 생생하고 찬란한 어른들의 꿈이 자란다. 도시 구석구석 구경을 마치고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는 순간,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겠지만.


이 안에서 경험한 동화 같은 추억을 품고 살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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