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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omeNa Aug 19. 2020

8.15 - 여행의 시작

비 오는 날 문경 미로공원

비가 추적추적 오는 서울 아침을 배경으로 오랜만에 여행을 떠났다. 그동안 여행은 한 곳에서 지내며 힐링에 가까운 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은 좀 더 색다른 여행을 해볼 기색으로 6박 7일 동안 전국 일주를 기획했다. 하지만, 휴가기간 조율 실패로 3박 4일 반쪽짜리 일주로 변경했다. 동쪽 지역으로만 다녀오기로 했다.


코로나 19는 하루에 2,3명 확진자만 나오고 있었다. 그나마 조금 잦아든 느낌이었다. 또한 중부에만 비가 오고 남부지방은 폭염으로 비가 오지 않았다. 우리가 가는 곳은 수해지역이 없는 곳이라 조금 마음이 편하게 갈 수 있는 지역이었다.


여행 1일 차 목적지는 문경이다. 문경으로 가는 도중 용인부터 비가 세차게 내렸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옆으로 지나가는 대형 덤프트럭의 물 샤워를 몇 번 맞으니 정신이 없었다. 가까스로 여주 휴게소에 진입했다.


휴게소에 진입하자 비가 그쳤다. 서서히 문경 근처로 가기 비가 잦아드는 느낌이었다. 휴게소에서 볼일 보고 차에 타려니 비가 다시 쏟아졌다. 불안한 감이 들었다. 비구름이 우리를 따라오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문경새재 도립공원에 도착했다. 청명한 하늘이 보이고, 구름은 예쁜 모양을 그렸다. 비가 온 흔적이 없었다. 조금 덥긴 했지만, 산속이라 그런지 선선한 바람이 땀을 날려줬다.


점심을 먹고 미로공원으로 향했다. 비는 오지 않았다. 미로 공원에 도착할 때 즈음 가느다란 비가 오기 시작했다. 몇 분 오다가 그쳤다. 그냥 지나가는 비려니 생각하고 미로 공원 입구로 들어섰다.


미로가 들어서자마자 비가 점점 내리기 시작했다. 들어오기 전 가느다란 비와 같은 비라 생각하고 조금 더 들어갔다. 빗줄기가 굵어지더니 한 바가지를 쏟아붓기 시작했다. 각자 근처 큰 나무 아래로 급하게 피신했다. 급하게 피신하다 보니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비는 한동안 몇십 분을 내렸다. 나뭇잎이 무성한 나무 밑이라도 이런 세찬 비에는 어쩔 수 없었다. 온몸을 비로 샤워했다.


비가 그친 후 가족끼리 서로 이름을 부르며 찾아 헤매다 어렵게 만났다. 비가 다시 올지 몰라 급한 마음에 미로를 단시간에 통과했다. 아직까지 5년 된 동네 지리도 헤매던 길치인 와이프가 그렇게 빠르게 길을 찾아갈 줄을 꿈에도 몰랐다. 다행히 미로를 통과할 때까지는 비가 오지 않았다.


미로를 빠른 시간에 돌파하고 다음으로 문경 한옥 세트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15분 정도 걸리는 길이었다. 비로 인한 수증기로 냇가의 물안개가 자욱하게 올라왔다. 신선이나 선녀가 와서 목욕하는 풍경이 만들어졌다.


문경 성벽 앞의 절벽과 냇가의 조그마한 호수에 피어오른 물안개가 신비한 느낌을 자아냈다. 선녀가 목욕하고 간 자리인 듯했다. 사진으로는 그 느낌이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절벽 아래로 물안개가 자욱하다.

성벽 안으로 들어갔다. 성벽 안은 신선이 노니는 곳처럼 보였다. 비로 온몸을 젓고, 물안개가 피어오른 냇가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에 감성이 젓었다.

올라가는 길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한옥 세트장에 들어가서 비가 오면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할 수 있어 발길을 재촉했다. 매표소까지 거의 다 왔을 때 하늘은 가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 듯 또다시 세찬 비가 쏟아졌다. 매표소 처마에 옹기종기 모여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미로 공원의 비처럼 몇 분 지난 후에 그칠 줄 알았다. 오산이었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 세찬 비를 쏟아냈다. 20여분을 기다린 끝에 오늘은 날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비가 30분 여분을 세차게 오더니 얇은 빗줄기로 바뀌었다. 이때를 틈타 또다시 세찬 비가 오기 전에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가는 동안에는 얇은 빗줄기가 지속되더니 거의 다 내려와서는 비가 그쳤다. 놀리는 듯했다. 다시 올라가기에는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다. 그냥 숙소로 가기로 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처음에 도착했을 때의 청명한 하늘이 그대로 반겨주었다. 마치 비가 언제 왔냐는 양 하늘은 시치미를 땠다. 주차장에서만 하늘이 좋았다.


숙소에 도착하니, 젖은 몸에 피로가 가중되어 가족 모두가 지쳐 바로 쓰러졌다. 너무 힘든 여행 첫날이었다. 저녁식사로 문경 명물인 약돌 돼지구이를 먹고 나니 조금은 기분이 풀리는 듯했다.




여행 첫날부터 비와 함께했다. 다음날에도 비가 우리를 따라올지 걱정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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