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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omeNa Aug 11. 2020

맥주 링과 나

집콕 맥주를 마시며

집, 직장, 집, 직장... 의도치않게 루틴 생활을 하고 있다.




2월에 불어닥친 코로나에도 퇴근후에는 야외에서 잠깐 동안 맥주로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날씨는 바이러스보다 강력함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밖에는 비가 오고 안에는 바이러스로 마스크를 써야하는 생활에 피로를 풀기보다는 스트레스가 더 쌓여 차라리 집으로 직행이다. 약속도 왠만하면 미루거나 취소하다보니, 저녁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일과시간에 사람과 일에 치이고, 저녁에도 사람과 술에 취했다. 하루종일 사람과 일과 술에 취했다. 나의 시간은 없었다.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코로나와 비가 연합으로 '너만의 시간을 가져!'라고 몰아 붙이는 것 같다.




오랜만에 집콕맥주를 했다. 편의점 만원 세트를 사고, 기네스만 남겨두고 냉장고에 넣었다. 평소 집콕 맥주를 할때는 캔채로 마시지만, 공짜로 받은 싱하 맥주컵이 있어 캔과 컵을 가지고 쇼파로 갔다. 밖에는 스프링쿨러가 터진 듯 세찬 비가 내리고 있다. TV를 켜고, 빗소리를 들으며 기네스 캔을 따서 맥주컵에 따랐다.


두유같은 걸죽한 크림이 컵으로 쏟아졌다. 두유 크림이 컵을 온통 채웠다. 컵 바닥에는 짙은 커피색이 10%깔리고 두유 크림만 가득했다.캔채로 마실때는 흑맥주이니 검은색이겠거니 생각하고 마셨지만, 정작 컵에 따르니 두유 크림이 컵 전체를 채우고 있었다. 두유 크림에게 잔뜩 움츠렸던 진한 커피색이 밀어내듯 점점 두유 크림을 밀고 올라왔다. 크림과 커피가 영역 전쟁을 하듯 서로 섞이며 치열한 전투를 치뤘다. 크림은 밀리고 밀려 컵의 10%정도까지 밀렸다. 진한 커피와 두유 크림이 마침내 협상을 하고 경계선을 만들었다. 시원한 깔끔한 선이 만들어졌다. 서로 더이상 침범하지 말자고 말하듯 칼로 그은 선이다.



사람과 일과 술에 쩔었을때가 걸죽한 두유 크림이라면, 나 자신은 진한 커피색이다. 코로나와 비 이전은 걸죽한 크림 생활로 나와 일과 사람과 술과의 경계가 없었다. 오히려 내가 없고 사람과 일과 술이 있었다. 지금은 자신이 더 많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일과 사람과 나와 경계선 또한 선이 그어진듯 하다.


기네스와 같은 자신이 90%차지하고 나머지 10%가 일과 사람으로 채워진다면 나를 더 많이 보고 나를 음미하며, 진한 나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삶을 그리며, 비는 그쳤지만 조용한 올레 TV 커피타임 음악을 들으며 맥주한잔 들이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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