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가을이 찾아왔다.
코로나로 깨끗한 봄을 맞고, 초강력 더위라던 여름은 초강력 장마와 태풍으로 더운지도 모르고 선선한 가을 길목에 들어섰다.
뿌연 미세먼지를 한껏 마시던 작년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는데, 2020은 내입이 마스크인지 마스크가 내입 인지도 모르게 마스크와 한 몸이 됐다. 가을의 선선하고 촉촉한 천연 자연향 나는 내음을 한껏 들이키고 싶어도 마스크의 입내가 먼저 다가왔다. 처음엔 역했지만, 이것도 적응이 되니 내 입내도 견딜만하다. 오히려 썼다가 잠깐 벗었을 때 상쾌함이 더 강렬했다.
나뭇잎들은 초록색 위에 노란색으로, 노란색 위에 붉은색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붉은색에서 갈색으로 물든 나뭇잎들은 가지에 매달리기에는 무거운지 바닥으로 내려와 갈색 길을 만들고 있었다.
갈색 길을 걸을 때마다 바스락바스락 부서지는 소리가 좋다. 아무도 없는 숲 한가운데서 살랑이는 바람에 수줍게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와 천천히 한걸음 두 걸음을 걸을 때 바스락 부서지는 나뭇잎 소리가 만나면 나도 나뭇잎과 하나가 된 듯 한 느낌에 젖어든다.
살랑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보다 바스락 부서지는 나뭇잎 소리가 더 좋다. 나와 더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20, 30대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좋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청량함이 한껏 묻어난 소리에 내 귀도 청량해지는 것 같았다. 40대에 접어들고 중간 고개를 넘어가니 흔들리는 청량함 보다는 바스락 부서지는 은은함이 더 귀를 간지른다.
반팔을 입어도 춥지 않고, 얇은 잠바를 입어도 덮지 않은 날씨가 좋다. 시원함을 품은 바람이 피부를 스칠 때 피부에 돋아난 잔털이 살랑살랑 움직이며 간지럽히는 느낌이 좋다.
조용한 숲 속 카페 한가운데서 커피 한잔에 자연이 주는 상쾌하고 선선한 바람과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잠시 가을 길목에 젖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