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만들기
계획했던 웹서비스 기본 글을 마무리하고 나니 뭔가 허망한 기분이 든다. 쓸 글은 많은데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고 모니터만 멍하니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주말도 없이 바쁘게 진행되던 프로젝트도 끝나니 그 느낌은 더 깊은 바닥으로 내려앉는다.
바쁠 땐 연락도 없던 곳도 바쁘게 하더니 한가할 땐 자주 연락하던 곳도 연락이 없다. 서로 약속이나 한 듯 극과 극으로 몰아붙인다.
극과 극을 중화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취미다. 바쁠 때 잠시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고, 한가할 땐 몰두할 수 있는 것을 가질 수 있다.
지금껏 취미가 없었다. 시도는 여러 번 해봤지만, 핑계에 핑계가 덮혀져 흐지부지 될 때가 많았다. 이번에도 그럴 거라 내심 기대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것을 도전해 볼 생각이다.
올해는 새로운 나를 만들기로 했듯이 욕심 없이 두 가지 취미를 만들기로 했다. 캘리그래픽, 요리다.
악필이다. 내 글씨를 못 알아보는 경우도 많다. 머리와 손이 따로 논다. 손이 머리에게 강하게 저항한다. 손 글씨를 쓰다가 엇나가는 경우도 많다. 명필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나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으면 된다. 사실 명필보다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는 게 더 힘들지 모른다.
요리는 일반 라면 같은 간단한 정도만 아는 정도다. 캠핑에선 고기만 구울 줄 알고, 샤브에서는 육수와 소스가 다 있는 상태에서 끓이고, 칼국수를 만들고, 죽을 만들 줄은 안다. 요리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칵테일과 커피는 만들고 싶었고, 칵테일에 맞는 간단한 음식과 커피에 어울리는 브런치나 디저트를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는 중에 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이 더 강하게 다가왔다.
새로운 길을 간다는 건 설레면서 불안한 길이다. 중간에 포기하거나 흐지부지 되는 것이 아닌지의 불안이다.
새로운 길을 간다는 건 내 안의 게으름을 인정하고 함께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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