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렸을 때는 내가 힘든 것, 내 아픔까지 다 알아주고 돌봐주던 선물 같은 아이, 천사 같은 아이였어요. 그런데 초등학교 고학년 되면서 사춘기가 되었는지 엄마를 우습게 보고 반항하는 게 너무 심하고 힘들어요.”
청소년을 다루는 정신과 의사들에게 이런 말은 레드 플래그로 들립니다.
왜일까요?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먼저 애착이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애착이론은 돌 무렵 아기의 행동을 관찰해 각 애착 유형으로 분류하는 체계인데, 당연하게도, 많은 아이들은 불안할 때 보호자에게 다가가고, 안정을 찾으면 탐색으로 나아갑니다.
그런데, 어떤 아이들, 혼란 애착(disorganized attachment)로 분류된 아이들은 양육자에게 다가가지도, 멀어지지도 못한 채 바닥에 드러눕거나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등 혼란된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왜 이런 반응이 나타날까요?
보통, 이것은 양육자가 보호자이면서 동시에 위협자일 때 나타납니다. 아이는 보호자를 필요로 하지만, 그 보호자가 자신을 학대하기도 하니 가까이 갈 수도, 멀어질 수도 없습니다. 이 모순이 극도의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아이는 적절한 대처법을 배우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3세, 5세, 7세로 자라면 그 때는 어떻게 될까요?
먼저 상상해봅시다. 내가 중학생인데 불량학생들이 학급을 장악했습니다. 나는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할까요? 제 생각에는 크게 두 가지 선택이 있는 것 같습니다.
1. 순응: 요구를 들어주고 같은 편인 척하며, 선을 살짝 넘는 장난에도 웃어준다. 그러면서 불량학생이 자신을 해치지 못하게 통제한다.
2. 저항: 요구를 거부하고 맞서 싸우며, 역시 자신이 공격당하지 않도록 통제한다.
두 가지 전략 중, 내 힘이 약할 때는 첫 번째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고, 내가 힘이 강해지면 두 번째를 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아이와 위협적인 부모 사이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천사 같은 모습으로 부모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돌봐주고 같은 편이 됩니다. 그러면서 폭력을 피하고 나를 위협하지 못하게 합니다.
또 어떤 아이는 격렬하게 반항하며 물건을 던지고 소리를 지르고 깨물고 할퀴면서 그러면서 양육자가 나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전략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첫 번째 전략을 택했더라도, 성장하면서 힘이 생기면 두 번째 전략으로 이동하기도 합니다. 부모 눈에는 “착하던 아이가 갑자기 변했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오래된 생존 전략의 전환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반항이 복잡한 애착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의 권위와 자녀의 자율성이 부딪히며 나타나는 정상적인 사춘기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혹시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자녀가 부모를 돌보는 관계나 부모와 아이가 서로를 보듬어주는 관계는 언뜻 아름다워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어린 아이들에게는 감당하기엔 너무 무거운 짐입니다.
아이가 부모의 고통을 떠맡으며 자라왔다면, 그 반항은 단순한 성장이 아니라 어떤 구조적 위험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나는 누가 돌봐주나요?" 라고 생각하실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린 자녀는 부모를 돌볼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