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죽을 각오로 출근했습니다

0. 지금은 아니지만요

by 제리에이치

퇴사한 지 두 달 정도가 지났다. 한 차례의 인턴 후 첫 정규직 입사, 그리고 4년 3개월의 근무를 마무리한 첫 번째 퇴사였다. 퇴사의 이유는 저마다 다르고, 그중에서도 내 퇴사 이유가 썩 특별한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주제로 글을 시작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렇듯 매일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싫었다. 출근을 하면서 퇴근 생각을 했다. 책임감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은 날은 너무나 많았고 고비는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성격 상 '그만두겠습니다'는 말을 하지 못해 한숨만 푹푹 쉬며 출근한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어느새 만 4년이 넘게 되었다. 업종의 특성상 상당히 높은 근속 년수였다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회사 내에서 근속 년수는 한 손에 꼽을 정도로 높았다. 상사들에게는 신뢰를 쌓았고 팀워크도 좋았다. 그럼에도 퇴사를 결심한 이유는, 원인도 모른 채 언젠가부터 나를 머리끝까지 삼켜버린 우울증과 불안증세 때문이었다.


우울증 진단을 받기 전의 어느 날, 매일 고통에 몸부림치는 나에게 친한 직장 상사가 그런 얘기를 했다. 회사를 가는 것조차 우울했을 때 '나는 언제든지 회사를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마음을 가볍게 먹었더니 언젠가부터 출근하는 것이 괜찮아졌다고. 멘토와도 같은 존재였기에 매번 그 말을 마음속에 새겨두고 있었지만, 정작 내가 그런 상황에 놓이자 매번 마음속에 간직해두고 있던 남의 다짐은 내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몇 번이나 남이 만들어준 자기 최면에 실패한 나는 결국 나만의 것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나를 출근할 수 있게 만들었던 그 다짐은 바로 '모두가 내 고통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오늘도 출근을 해서 회사에서 죽어야겠다'였다. 정말 죽을 각오를 하고 회사에 출근하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생각해야만 오늘의 일과를 버텨낼 수 있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퇴사를 결정했다. 복잡하게 엉킨 매듭을 풀어내는 것보다 끊어내는 것이 쉬울 때가 있다. 그래서 매듭을 끊으면 나를 둘러싼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아서 나는 여전히 매일 밤 항우울제와 신경안정제, 수면유도제를 먹고, 해도 뜨지 않은 새벽의 어느 시간에 잠에서 깨어나고, 평화인지 공허인지 모를 고요한 환경에서 고독함을 느끼고, 누군가의 한 마디에 끝없는 무기력함을 느끼곤 한다.


증상은 명백하나 그 원인은 아직도 찾지 못했다. 내가 왜 우울해야만 했는지, 불안감을 느껴야 했는지 나를 잘 아는 수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속 시원하게 해주는 답은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 글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다. 모두가 볼 수 있는 공이지만, 가끔은 사방이 열린 가운데에서 익명 속에서 모든 것을 털어놓을 때 더 솔직해지기 마련이다.


이 글은 무엇이 문제인지 아무리 두들겨도 통 대답할 생각을 하지 않는 나의 내면과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창구이자 얼굴도, 이름도 모를 익명의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고 싶은 무염치의 글이다.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끝이 어디일지 모르는 긴 터널 같은 길을 걷고 있음에도 언젠가 끝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리고 나의 과거 속에서 답을 찾고 싶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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