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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달해 Mar 22. 2016

[대중문화 이야기]

DC코믹스, 배트맨-슈퍼맨 협공으로 막강 마블에 반격! 

*이 글은 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인사이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마블코믹스가 줄줄이 히트작을 내놓으며 미국 슈퍼히어로 관련 산업의 1인자로 올라선 가운데 잠시 주춤했던 DC코믹스가 신작을 내놓으며 정상탈환에 나선다. 자사에서 배출한 최고의 인기 캐릭터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을 그린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3월 24일 국내개봉)으로 선제공격을 펼치고, 이후 ‘저스티스 리그’로 마블의 ‘어벤져스’에 맞서겠다는 계획이다. 극장가에는 ‘배트맨 대 슈퍼맨’ 개봉 한달 뒤 마블의 신작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가 공개된다. 비슷한 시기에 극장에 걸려 완성도와 흥행파워를 비교받게 됐다. 그동안 마블코믹스가 엑스맨, 헐크, 아이언맨 등의 캐릭터들로 재미를 본 데 비해 슈퍼맨과 배트맨 등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던 DC코믹스는 상대적으로 밀리는 듯 보였던 게 사실. 과연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형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발 슈퍼히어로들의 공세, 그리고 관련 산업의 양대산맥 마블과 DC의 전력을 살펴봤다.      


DC코믹스의 스타 캐릭터 배트맨-원더우먼-슈퍼맨을 모은 저스티스 리그 


DC코믹스, 슈퍼맨 캐릭터로 초기 시장 장악


원래 미국 슈퍼히어로의 첫 번째 전성시대를 열어젖힌 회사는 DC코믹스였다. 1930년대 1차 세계대전 이후 맞이한 대공황으로 미국이 어려움을 겪던 당시, 그 시절 미국 대중문화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코믹스(만화) 시장에서 기운 넘치는 슈퍼히어로 캐릭터가 탄생했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해 전범국가가 된 후 ‘우주전함 야마토’ 등 자국민들의 사기를 끌어올릴만한 작품들을 내놓고 공감대를 형성했는데, 그에 앞서 30년대 DC코믹스의 슈퍼히어로물 역시 비슷한 배경 속에서 성장했다. 그 출발점에 서 있던 캐릭터가 슈퍼맨이었다. 슈퍼히어로물의 역사상 가장 전지전능한 힘을 가진 캐릭터. 놀라운 파워와 흥미로운 스토리로 그 시절 우울했던 미국인들을 잠시나마 즐겁게 만들어주고 자신감을 고취시키기에 충분했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미국이 참전하게 되자, 자국의 파워를 부각시키거나 반 나치를 상징하는 캐릭터들이 다수 개발됐다. 배트맨이나 원더우먼, 그린랜턴 등 DC코믹스의 대표 캐릭터들이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캐릭터들은 코믹스 뿐 아니라 TV시리즈와 영화 등 매체를 넘나들며 큰 인기를 얻었다.     


마블코믹스의 대표 캐릭터 헐크. 단독 주연 영화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스파이더맨-헐크, 마블코믹스 부상


DC코믹스의 질주가 멈춘 건 히피운동과 여성해방운동 등으로 상징되는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시대가 변한데다 코믹스가 아이들에게 유해하다는 인식까지 생기면서 DC코믹스 스타일의 영웅들에 쏠리던 관심도 시들해졌다. 이때 마블코믹스가 혼란스럽던 시대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해 한층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캐릭터들을 내놨다. 바로 스파이더맨과 헐크 등 마블코믹스의 대표적인 슈퍼히어로들이다. 마블코믹스의 영웅들은 고단하고 힘들게 삶을 꾸려나가는 비주류가 많았고 이로 인해 고뇌하는 모습이 주로 묘사되곤 했다. 부와 권력을 가진 배트맨이나 신의 영역을 넘나드는 슈퍼맨 등 DC코믹스의 막강한 캐릭터들과 비교해봤을 때 한층 인간적으로 느껴졌던 게 사실. 격동의 60년대, 그 시대의 흐름에 잘 맞아떨어지는 성격을 가진 캐릭터들이었다. 아이언맨처럼 장난기 넘치는 마블의 캐릭터 역시 이 시기에 탄생해 호응을 얻었다. 이후로 오랜 기간 동안 코믹스계 양대 산맥의 라이벌전은 계속됐다. 그리고, 근 10여년에 걸쳐 마블코믹스가 촘촘한 기획 하에 전 세계적으로 자사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를 연속 히트시키며 독주를 이어왔다.      


DC코믹스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은 캐릭터 배트맨과 슈퍼맨. 사진은 '배트맨 vs 슈퍼맨'의 스틸컷. 


DC코믹스, 대표 캐릭터 슈퍼맨-배트맨 내세우며 반격 개시 


사실 미국적 색채가 짙은 슈퍼히어로 캐릭터들이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할거라 생각한 이들이 많지는 않았다. 실제로 국내 극장가에서도 슈퍼맨, 배트맨 등 DC코믹스의 스타급 캐릭터들과 마블에서 태어난 스파이이더맨 등 몇몇 슈퍼히어로를 제외하고는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그런데, 마블코믹스의 지속적인 공세로 흐름이 바뀌었다. ‘엑스맨’ 시리즈로 꾸준히 문을 두드리더니 ‘아이언맨’ 시리즈로 대박을 쳤다. ‘아이언맨3’가 국내에서만 900만명이란, 역대 슈퍼히어로 영화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는 ‘어벤져스’ 시리즈로 1000만 시장을 열어젖히고 호크아이와 블랙위도우, 캡틴아메리카, 토르 등 단독으로 나섰을 때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캐릭터들까지 스타로 만들었다. DC코믹스는 상대비교에서 밀려 위축됐다.

상황이 이러니 애초 ‘이 바닥’의 원조라 불리던 DC코믹스의 자존심이 상할 만하다. 그리고, 절치부심한 DC코믹스는 새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반격을 개시한다. 일단, 자사 최고의 인기 캐릭터 둘을 링에 올려 “배트맨하고 슈퍼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유아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고는 이 영화의 부제목처럼 ‘저스티스 리그’, 즉 DC코믹스의 영웅들이 모여 만든 연합의 시작을 알린다. 차근차근 캐릭터들의 인지도를 높여 마블코믹스의 ‘어벤져스’에 대항하겠다는 의지다. 이번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은 잭 스나이더의 연출 하에 ‘맨 오브 스틸’에서 슈퍼맨을 연기한 헨리 카빌이 다시 주연을 맡았다. 그리고, 앞서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주연배우 크리스찬 베일 대신 연기 뿐 아니라 감독으로도 명성을 떨치고 있는 벤 애플렉이 새로운 배트맨으로 나서 맞대결한다.  


'배트맨 vs 슈퍼맨'의 스틸컷 


대중성 면에서 최근 마블코믹스의 작품들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사실 DC코믹스의 슈퍼히어로들도 만만치는 않다. 배트맨을 내세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시리즈가 완성도 면에서 극찬을 받으며 마니아층을 형성했고, 명장 잭 스나이더가 연출한 ‘맨 오브 스틸’도 슈퍼맨의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다. 마블에 비해 다소 어두운 느낌이 강하지만 중독성이 강하고 몰입도 역시 높은 편이다.      


마블코믹스의 신작 '캡틴아메리카 : 시빌워'. 캡틴아메리카와 아이언맨, 그리고 두 영웅을 따르는 다양한 슈퍼히어로들의 맞대결을 그린다. 


마블, 캡틴아메리카-아이언맨으로 방어 


마블코믹스도 넋 놓고 당할 것 같지 않다. 일단, ‘배트맨 대 슈퍼맨’이 개봉된 후 곧장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를 내놓고 방어전을 펼친다. 국내에서도 1000만 관객을 모은 ‘어벤져스’의 대표적인 인기 캐릭터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맞대결을 보여주는 영화다. 크리스 에반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각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이 어김없이 출연해 싱크로율을 높이고 각 시리즈에 등장했던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총출동해 마블코믹스 팬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 예정이다. ‘어벤져스’와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에 꾸준히 등장했던 스칼렛 요한슨의 캐릭터 블랙 위도우가 이번에도 모습을 보이며, 윈터솔져와 팔콘 등 ‘캡틴아메리카’ 시리즈 전작에 나왔던 조연급 슈퍼히어로도 가세했다. ‘어벤져스2’에서 큰 역할을 해냈던 캐릭터 호크아이와 CG캐릭터 울트론 등도 볼 수 있다.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의 스틸컷. 극중 아이언맨의 편에 선 슈퍼히어로들의 모습. 


내용도 흥미롭다. 어벤져스 팀 내에서 존재하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을 배경으로 정부의 ‘슈퍼히어로 등록제’ 법안을 두고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맞서 싸우는 과정을 그린다. 정부를 믿지 못하고 어벤져스의 독립을 외치는 캡틴 아메리카와 슈퍼히어로들이 오히려 시민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아이언맨이, 그리고 또 다른 슈퍼히어로들이 양 측으로 갈라져 서로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전쟁을 치른다. 탄탄한 인지도를 가진 캐릭터들의 공세로 ‘어벤져스’ 시리즈 못지 않은 파급력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를 얻고 있다. 

DC코믹스와 마블코믹스의 싸움으로 올 상반기 국내 극장가는 미국발 슈퍼히어로들의 전쟁터가 될 것 같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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