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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누피 Aug 15. 2024

18. 나에게 맞게 의도적으로 사는 삶



최근엔 비우는 연습을 했다.

마음도 그렇지만 얼마 안 되는 가진 것들도.


이사를 하고 나서 깨달은 것처럼, 자가가 아닌 이상은 내 집에 무언가를 많이 두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생긴 모양이다. 원래 옷도 많이 없었지만, 잘 안 입는 옷들 중에서 상태가 괜찮은 것들은 엄마에게 주었다. 돈 없으면 다이소라는 말처럼 쓸데없이 다이소에서 산 것들도 있다. 집을 한번 정리해야지 결심이 드니 diy고 뭐고 소품이고 뭐고 다 필요 없게 느껴졌다. 결국 분리수거 한바탕을 하고 자잘한 것들은 버려버렸다.


얼마 전 고민했던 책들도 다 팔아버렸다. 요샌 세상이 좋아져서 팔 수 있는 책들을 박스에 묶어 집 밖에 두면 알아서 가져가고 알아서 정산해 준다. 책도 팔고, 정리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했다. 짐을 버리고 나니 후련했다. 물건이나 옷을 사도 딱히 사려는 마음보다는 최소화하자는 마음이 들었으나, 얼마 가진 못했다. 적어도 기본적 품위 유지비 정도는 써야 하지 않겠냐며 말이다. 그래봤자 뒷장이 다 낡은 운동화를 차마 신을 순 없어 새로 산 것이지만.



얼마 전 유튜브에서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다녀왔다(I Traveled to the Most Depressed Country in the World)는 제목의 영상을 보았다. 이제는 당연시되는 것처럼 보이는 한국의 어마 무시한 청소년과 노인 자살률, 그리고 우울증 발병률. 모두가 우울하고 힘든 것처럼 살지만, 실상은 우리나라가 유독 더 한 것이라는 사실이 다시 자각되었다. 영상 속 유튜버는 우리나라의 힘든 현실을 급속한 성장에 따른 과도한 경쟁, 과도한 일등주의의 문제가 크다고 했다.


관련해서 기사들도 많이 난 걸 보면 이 동영상을 보고 공감한 사람들이 많은 가보다. 나 또한 공감되는 부분은 “한국은 불행히도 유교의 가장 나쁜 부분은 남겨두고 가장 좋은 부분인 가족·지역사회와의 친밀감은 버린 듯하다”, “자본주의 최악의 측면인 물질주의와 생활비 문제를 지녔지만, 가장 좋은 부분인 자기실현과 개인주의는 무시했다”


이 두 가지의 말은 백번 공감된다. 나 또한 그러하고 사람들이 힘들다고, 어렵다고 하는 말들이 당연하지 않은 것들인데. 왜 우리 사회는 이렇게 낡고 병든 걸까. 겉으로만 화려해 보이는 삶 자체가 참으로 괴롭다. 이 삶들을 당연시하지 않고 덜 고통스럽게, 함께, 잘, 살아갈 수는 없을까?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당신은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 자신이 가장 자랑스러울 때는 언제인가? 당신의 가장 자유로운 삶은 남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남에게 가장 번쩍거리고 그럴듯해 보이는 삶이 아니다. 당신에게 맞는 삶은 남에게 보이는 이미지가 아니다.

당신에게 맞는 삶은 당신이 의식한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살아가는 삶이다."  

제이비 배런 - 과부하 인간 中


행복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추상적이고 주관적인지.

결국 나에게 맞는 행복이 있다.


모두 다 다른 기준을 가졌음에도, 모두 다 똑같다고 생각하며 동일하게 살아야 하는 이 세상에서

이 사실을 깨닫고 의도적으로 나에게 맞는 삶을 살아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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