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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누피 Aug 08. 2024

17. 도보, 대중교통, 자동차 그리고 여유

그 언젠가 엄마가 나에게 해준 말이 있었다. 꼭 운전을 배워두라고.   

자신의 지인 중에 운전을 하지 못해서 어디를 가고 싶어도, 마음대로 가지도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러니 너도 나이가 들어서 원하는 곳을 자유롭게 가고 싶으면 운전을 배워두라고 했었다.


지방살이를 할수록 자동차 운전은 중요하다. 버스배차간격이 꽤나 길다. 오죽하면 자전거로 집을 구하러 다니는 게 훨씬 빨랐을까.

스펀지밥에서 제일 좋아하는 에피소드 중에 하나인데, 메롱 시티에서 비키니시티로 돌아가는 스펀지밥은 버스가 너무 빨리 지나가는 바람에 수십대의 버스를 놓치고 만다. 초코바 먹다가 놓치고, 이야기하다 놓치고, 풍선 때문에 놓치고... 여기가 무슨 메롱 시티인가 싶을 때도 많다. 버스를 기다리다 보면 차고지대기는 기본이며, 버스가 10시면 끊기는 경우도 많다.


결국엔 다 돈과 연결되어 있는지라, 버스를 타는 사람이 많지 않을수록 배차간격이 길 수밖에 없다. 버스 한 대를 운영하는데 드는 버스 운전기사님, 기름값 등 여러 가지 들의 투자금액을 고려해야 하니까. 결국엔 '사람'이 많지 않으면 이용할 수 있는 버스도 없다.


버스를 기다리는 스펀지밥, 출처는 구글링....https://holidaycatalogue.site/rock-bottom


그래서 첫 자취방에서 회사까지는 자전거를 탔었다. 직통버스도 없었기 때문이다. 자전거 타면 돈도 아끼지, 운동도 될 거야 라며 처음엔 좋아했다. 문제는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이었다. 택시도 잘 잡히지 않았고, 한 번 택시를 타면 만원이 드니까 거의 버스비의 열 배는 되는 금액이었다. 어느 날은 우산을 쓴 채 자전거를 탄 적도 있었고, 진눈깨비 같은 것은 쌍욕을 해가며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었다. 나이가 들어 욕을 하지 않는 어른이 되겠다고 다짐했건만.  


근데 사람이 참 간사한 게 뭔 줄 아는가? 인프라가 좋은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무려 '버스'를 타고 다니게 되었다. 선택지도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시절을 지나, 회사까지 오는 버스가 한 대도 아니고 여러 대가 있어서 골라타는 맛을 아는가? 이젠 자전거에서 버스로 업그레이드한 기분이다.

근데 더 간사한 게 뭔 줄 아는가? 이제는 자동차가 사고 싶다는 것이다.


인프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새로 이사한 곳의 인프라는 정말 그야말로 감격적이다. 주변에 원하는 시설과 마트 다양한 문화시설까지 완벽 그 자체이다. 솔직히 말하면 서울보다 더 나을 지경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나 도시사람이야'라고 하는 것과 '난 시골사람이야'라고 구분 짓는 기준이 바로 인프라다. 직장에서 화나서 무언가 스트레스를 풀만 한 곳이 있는가, 친구들이 오거나 혼자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카페가 있는가 등.


지방살이가 힘들고 심심한 것은 '인프라'가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자꾸만 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다.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산다고 해서 만족스럽진 않을 것이란 것."

만족은 결국 '나'가 기준이다.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고, 부족한 그대로도 만족하며 지낼 수 있다. 어느 책에서 본 것처럼 자본주의야 말로 우리에게 불편함, 부족함을 느끼게 하여 무언가를 구입하게 만드는 것이니까.


생각해 보면, 자본주의적 사고방식과 생활패턴에 갇혀서 다 가져야 하고, 다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이 있으면 나도 있어야 하고, 없어서 불편한 것 같고 불안하기도 하다. 근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없어도 살 수 있는 것들은 참 많다. 불편할 뿐이고, 더 부지런해져야 할 뿐이다. 그건 바로 '여유'가 있어야 쉬워지는 일들이다.

 

여유란 것은 마음의 풍요로움도 가져다준다. 이를테면 이렇다. 신호등이 없는 길을 건너야 한다. 차가 올 때, 그 차가 가던 길을 멈춰서 내가 길을 건널 때까지 기다려준다. 만약 출근시간이 임박한 시간이었다면, 그 차도, 나도 절대 양보 없이 서로가 먼저 길을 지나려 했을 것이다. 만약 출근시간이 아직 여유롭다면, 그 차와 내가 마음의 여유에 더해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기꺼이 서로가 먼저 지나가도록 양보했을 것이다. 여유란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여유라는 것은 재정적 여유도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탈 서울을 꿈꾸는 우리들 같은 존재들에게 필요한 건 결국 마음의 여유일 테니. 결국 탈 서울을 한다는 것은 마음의 여유를 갖는 상징적 의미일지도.

누구나 다 그렇게 갖추고 살니까 나 또한 그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아니라,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의 가치관과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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