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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누피 Aug 22. 2024

19. 무엇을 해내겠다보다, 무엇이 되겠다는 다짐

나는 누구인가?

중고등시절, 과도기의 질풍노도 시기에 해야 할 질문.


나는 무엇이 될 것인가?

이것 또한 학창 시절, 대학생 그쯤 해야 할 질문.


이라고 생각했다.

내 나이 서른이 넘어갈 지금에서도 이 고민을 하고 있을 줄 꿈에도 몰랐다.

적어도 20대 초반의 나는 지금의 내 나이가 되면 무언가를 이루고 있을 줄 알았다. 마음의 평안도 더욱 찾아서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 속에 살았다.

애석하게도 나이가 이만큼 먹었으나,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방황하는 인생의 객처럼 살고 있다.


원하는 것도 딱히 없어졌다. 바라는 게 분명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걸 위해 열심히 살아낸 것 같은데.

인생은 녹록지 않아서 내가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현명하게 선택하자 노력했으나 따지고 보면 크게 현명하지 않은 선택들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 사이에 나는 마음이 평안한 어른쯤은 되어가고 있는 것 같고, 나름대로 인생의 빗속을 피하지 않고 빗속을 헤쳐나가는 연습들을 하고 있던 것 같다.

아직은 지금 잘 살고 있나, 자신이 없어서 '~것 같고', '~것 같다'라는 말투이긴 하지만.


그래도 고민하다 보면, 고민의 답 언저리에는 갈 수 있나 보다. 얼마 전 큰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전부터 계속 고민해 오고, 책 속에서도 답을 찾았던 내용이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막함에서 벗어난 것이다.

직장 내 같은 팀원 분 중에 요새 나의 멘토와 같으신 분이 있다. 책도 많이 읽으시고, 강단 있고, 경험도 많으시고, 무엇보다 어른다운 어른이시다. 그분에게 지금 뭘 해야 할지, 정말 앞길이 막막하다고 고민을 털어두었다. 그분은 나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정말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무엇을 하겠다가 아니라, 무엇이 되겠다고 마음먹어야 해. 만약 이직을 할 거면 '어떤 직장에 들어가겠다!'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돼. 그전에 내가 인생에서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이 우선되어야 이직도 성공할 거야."


이를테면 이직을 하더라도, 이직을 하겠다! 가 목표가 되는 것보다, 우선은 내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먹는 것이다. 마음먹은 뒤로는 그 일을 이루기 위한 직장을 찾는다. 그럼 내 인생의 장기목표는 직장에 취업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써 직장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동을 생각한다. 내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직장을 찾아보고, 3번 이상 면접을 보는 것이다. 면접에 떨어지더라도 괜찮다. 내 목표는 이 직장에 들어가는 게 아니니까. 이 직장에서는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지 않으니, 내가 필요한 곳에 가서 목표를 이루면 되는 것이다. 이후 이직을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존재가 되기 위해 직장이 아닌 내 인생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원하는 목표는 결코 성공이나, 경제적인 부, 명예 같은 것은 아니다. 나는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했고, 사회복지 쪽에서 일을 해왔다. 사회복지를 시작한 것도 불평등한 세상에서 그나마 평등한 세상이 되도록 도움이나 돼 보자라는 결심에서였다.

10년 가까이 이 일을 해오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세상에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위로가 필요할 때 위로받지 못하고 낙심하며 사는 사람들도 어찌나 많은지. 세상의 불공평함 속에서 열심을 다해 살아도, 열심히 살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물들은 참 다양하기도 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누군가의 도움과 위로로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더 나아가서 그 위로받은 사람이 누군가를 다시 위로해 주는 것도 많이 보았다.  


그래서 나는 지금 잘 지내고 있는 사람들보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그 당시에 필요한 위로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가능하면, 위로받은 사람이 위로할 수 있는 사람으로 함께 했으면 좋겠고.

솔직히 말하자면, 다시 또 이직을 준비 중이다. 지금 이곳에서는 내가 경험한 것, 내가 가진 역량, 아무것도 제대로 쓰임 받지 못하고 그저 회사의 소모품이 되어가는 기분이랄까.


여러 가지 고민과 스트레스 속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책상 위에 이렇게 써서 붙여두었다. "나는 나의 역량과 경험을, 세상에 위로가 필요한 사람을 위해 쓰는 사람이 되겠다."라고 말이다.


나라는 존재는 내가 꿈꾼 것보다 특별하지 않고, 오히려 평범한 삶이다. 그래서 싫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결심한 이 목표를 이루는 삶이라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 것이다. 그럼 그렇게 사는 나 자신을 사랑하며 살 수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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