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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누피 Sep 05. 2024

21. 차고지 대기 버스는 대체 언제 와요?

차고지 대기.


버스가 차고지에서 출발조차 하지 않고 대기하고 있다는 말이다. 수원은 나름 경기도에 속한 수도권이다. 경기도는 지역 편차가 굉장히 심하다. 일부 도시는 크지만 또 다른 지역에 가보면 우리가 상상하는 시골만큼 개발이 덜 되어있다. 그 도시에는 버스가 정말 하루에 2-3대만 지나간다.      


수원도 사실 특례시로 지정될 만큼 작지 않은 도시지만, 수원 역시 ‘차고지 대기 버스’가 많다. 실제로 서울에서 엄청나게 편리한 대중교통을 누리다가, 수원에 와서 놀랐다. 버스 배차간격이 극악무도하기 때문이다. 버스가 없어서도 아니다. 버스도 많이 다닌다. 그것도 서울로 오가는 빨간 광역버스들만. 10분에 한 대씩은 온다. 일반 버스는 주로 ‘차고지 대기’. 도대체 차고지에 금딱지라도 숨겨놨나, 매일 차고지 대기이다. 정말 화딱지가 난다.      


광역버스(빨간 버스)는 또 버스값이 극악무도하다. 광역버스는 서울로 나가는 장거리 목적지이기도 하고, 고속도로를 타기 때문에 버스비도 카드값 기준 2,800원이며 왕복 5,600원이다. 그에 비해 일반 시내버스값은 1,450원이다. 거의 두 배이다. 집에서 회사로 오는 시간은 버스로 빠르면 10분, 막히면 20분까지도 걸린다. 애석하게도 서울로 나가는 길이라, 버스가 오지 않으면 광역버스를 타야 한다. 똑같은 거리를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광역버스를 타야 할 때는 말 그대로 속이 쓰리다. 퇴근길은 급할 것 없으니, 굳이 광역버스를 타진 않는다. 대신 회사에서 일하느라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질 때나, 무더위에 버스를 기다릴 수 없을 때 가끔 탄다. 일종의 보상처럼.     


말이 나와서 말인데, 하소연 좀 해야겠다. 광역버스는 돈이 되니까 그런가요?, 서울에 싣고 날라야 해서 그런가요. 왜 이렇게 가격은 비싸면서, 자주 오는 건가요? 그게 돈이 돼서 그런 건가요?     


버스 회사도 돈이 돼야 운영이 되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일반 시내버스 수요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일반 시내버스는 배차 간격이 길다 보니 출퇴근에는 혼잡, 만석이 많다. 출퇴근 시간조차 차고지 대기, 30분 이상 대기할 때도 많다. 출, 퇴근 시간은 이용객들이 많을 텐데. 적어도 출, 퇴근 시간에는 자주 다니게 할 순 없나.      


버스 대기 시간을 볼 때마다 뜨는 ‘차고지 대기’ 정말 열받는다. 특히 더운 여름에 햇빛을 다 맞으며, 땀 뻘뻘 흘리며 지나가는 차 안 사람들을 부럽게 쳐다본다. 우리 팀원들만 보더라도 자취생인 나와, 운전을 아예 못하는 한 분 빼고 다 차가 있다. 경기도만 되어도 대중교통이 극악해져서 대부분 차를 사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나도 수원에 와서 자전거를 샀다. 집에서 회사로 갈때 걷는 게 더 빠를 정도로, 버스 노선이 돌아서 갔으니까.

그마저도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있어서 망정이었지, 지금 자취방은 자전거 도로에도 사람이 지나다녀서 타기도 어렵다. 사람을 피해 다닌다고 해도, 결국 자전거를 타는 순간 나 자신이 자동차가 되는 격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자전거를 타기도 어렵다. 실제로 법상으로 자전거를 탄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면 자전거 탄 사람을 차로 본다나 뭐라나. 아니 내가 차가 아니고 사람인데!   

  

그 와중에 경기도 버스값 인상논의가 올해 4월부터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반 시내버스 가격을 2,593원 정도 올려야 버스운영이 가능하단다. 실제로 버스 배차간격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경기도만 하더라도 운전기사가 적은 것도 있다고 한다. 파고 보면 강도 높은 노동과 처우가 낮은 이유 등 결국엔 회사운영과 관련된 돈 문제겠지. 정말 지겹다. 돈 없어서 버스 타고 다니는데 결국 돈 때문에 버스 타기도 어려워진다. 그냥 나는 삼십 분 이상 기다리거나, 다른 거 아껴서 좋은 버스 타거나. 결국 무언가 포기하고, 참고 타는 수밖에 없다. 역시 포기가 답인가. 오늘 슬쩍 차를 가진 팀원들에게 물어보니 찻값도 기름값도 부모님이 다 내주신다더라. 옆자리에 앉은 직원은 몇천짜리 차를 그냥 사주셨다던데. 괜히 부러워졌다.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우울해지는 기분이란. 사실 그냥 포기하고 참으면 되긴 하는데, 나만 이런 것 같아 속상한 기분 아는가?


그래도 경기도 차원에서도 올해 1200대, 2027년까지 모든 시내버스(6200여 대)를 공공관리제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한다(한겨레, 24. 4. 23.). 그나마 다행이려나. 최근 도입된 경기패스 카드도 아주 유용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 비싼 버스 마음껏 탈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은 좀 낫다. 그렇지만 날이 춥고 더운 시기에라도, 아니면 출, 퇴근 시간만이라도 긴 배차시간은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이 정도도 바라면 욕심이고 사치인 건가?


기사출처: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13771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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