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쯤, 나는 친절하게 살겠다 다짐했다.
친절하게 살기로 다짐 한 계기를 설명하려면 2022년 6월, 정확히는 2022년 6월 8일로 돌아가야 한다. 그날도 어김없이 일에 치여 늦은 퇴근을 하던 날이었다. 평소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터라, 따릉이를 빌려 퇴근도 하고, 운동도 해야 한다며 나서던 차였다.
건널목 초록불 신호등이 바뀌자마자, 자전거 도로로 향했다. 사고는 갑작스러웠다. 왼편에서 우회전을 시도하던 차량 하나가 신호가 바뀌는 것을 확인하고, 갑자기 속도를 내며 지나가려고 한 것이었다. 신호가 바뀐 후 건너던 나와 충돌하고 말았다.
자전거를 타고, 그저 퇴근길에, 집에 가서 좋아하는 라면을 끓여 먹어야지 설레던 차였는데. 실수한 것도, 잘못한 것도 없이 갑작스럽게 차에 치이고 만 것이다. 그 이후로 2주간 병원 신세를 진 것은 물론, 회복이 다 되지 않아 한 주간을 더 쉬어야만 했다.
거의 3주를 갑작스러운 사고로 치어서 누워있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생전 처음 타본 구급차 안에서 생각했다.
"아,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갑작스러운 사고에 한 달간 병원과 집에 혼자 머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삶에 대해 다시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사고로 인해 당연하다고 여겼던 내일이 사라질 수도 있겠구나. 그럼,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잘 살 수 있을까?
고민의 연속이었다. 날마다 열심히 산다고 살아가는 삶에서도, 좋은 일이 올 거라 믿었던 내일이 오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삶은 참으로 잔인하기도 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하지 못한 인간으로서 내일을 늘 불안해하며, 오늘을 살아야만 하다니.
인간처럼 불쌍한 존재도 어디 없겠구나 싶었다. 이렇게 불친절한 세상이라니. 그래서 결심했다. 이런 불친절한 세상 속에서 연약하기만 한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
바로, 친절하게 살기로 다짐한 것이었다.
오늘 아침에 더 자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고, 출근길로 향해야만 하는 직장인들.
하루하루 병을 이겨내며, 내일 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누군가.
오늘 당장 무엇을 먹어야 할지조차 고민하며 살아야 하는 누군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후회되는 누군가.
오늘의 내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아, 자신을 탓하고, 자책하며 사는 누군가.
그리고 당장 내일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흔들리며 살아가야 할 우리 모두.
이렇게 불완전한 인간으로, 불친절한 세상에서 나고 자라는 삶 속에서 내가 선택하기로 한 것은 친절하게 살자는 다짐이었다.
친절하게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오늘 내가 만난 사람에게 건네는 다정한 한마디,
누군가 힘들 때 격려되고 힘 되는 말과 행동 하나,
나에게 잘못한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넓은 마음,
오늘 내가 실수한 나 자신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
별거 아닐 수 있는 일이지만,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친절하게 살겠다고 다짐한 이후로 나는 그 다짐을 지키고자 열심히 노력 중이다. 이 다짐한 지도 벌써 일 년이 가까워진다. 일 년간 시험해 본 내 다짐의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 친절함은 결국 돌고 돌아 나에게 다시 좋은 방향으로 오기 때문이다.
꼭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친절하게 살기로 다짐한 내게 보이는 세상은 생각보다 세상은 친절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위로받으며 하루를 살게 된다.
(참고로 이 글은 23년 4월 10일에 쓴 글인데, 이로부터 2년이 더 지났으니, 다짐한 지도 3년째이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나는 친절하게 살겠다는 다짐을 얼마나 지키고 있는가? 이런 차원으로 이야기하고 싶진 않다.
얼마나, 잘, 무언가 과업처럼 지켜내는 일이 돼버리면 언젠가는 하기 싫어지기 마련이다.
친절하게 살기 위해서 무엇보다 나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면 된다. 좋은 사람이 되면, 친절함은 쉬워진다.
일이 아닌 자연스러운 것이 돼버리니까. 그러니, 좋은 사람으로서 나이 들어가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친절한 사람으로서 이 세상을 살다 보니 조금은 세상을 사는 일이 좋아진다.
매일 그러할 순 없지만, 순간을 살아내야 하는 매일의 찰나에도 한 번 더 고민한다.
이 작은 친절이 상대방의 순간을 기쁘게 만들 수 있다면, 기어코 하는 게 더 좋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