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지각을 했다.
하지만 나에게도 변명거리가 있다.
1. 출근 전 두 시간 전에 기상했다. 늦잠은 아니었다.
2. 경기도 버스배차시간은 극악무도하다.
3. 광역버스는 또 자주 오지만, 가격이 두 배다.
4. 돈을 아끼려다 일반 버스를 탔다.
5. 유독 천천히 가는 기사님이 있다. 그분을 만났다.
6. 갑자기 비가 쏟아져내렸다.
7. 원래 출근시간은 8시였으나 하도 요새 야근을 많이 해서 그냥 9시로 변경했다.
8. 9시 출근길은 8시와 너무 다르더라.
너무 길면 구차하니 여기까지만 하겠다. 이미 구차해진 것도 같다.
이러한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지각한 것은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다. 돈이 오가는 곳이며, 돈을 받으면 프로이기 때문이다. 프로는 탓하지 않는다. 책임을 질뿐.
나는 프로 직장인으로서 지각을 일분도 하지 않아야 하며, 나약한 인간의 몸으로 종일 야근에 주말출근을 하더라도 꾸역꾸역 아픈 간을 붙잡고 평균 월 20일 이상의 근무시간을 칼같이 지켜야만 한다.
그래야 프로로서 잘리지 않고 여기서 좋은 평판을 받으며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
가타부타 말을 덧붙였으나, 사실 지각해서 너무 속상하다. 평소엔 출근시간보다 항상 일찍 가서 계란 까먹고 앉아있는데…. 카페에 와서 아침도 못 먹고 빈속에 커피를 부어마시고 있다. 쓰린 속을 더 쓰라리게 만드는 전략이랄까. 여하튼 지금 속이 쓰다
오늘은 아침에 지각을 할 것이라는 천 퍼센트의 확신으로 팀장님께 한 시간 휴가를 쓰겠다고 했다.
돌이킬 수 없다면 휴가를 쓰고 차라리 마음 편히 이렇게 카페에라도 앉아있는 편이 낫다
순간적으로 초고속 버스에 익숙해진 나로선 거북 버금가는 버스에서(물론 안전운전 중요하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났다. 근데 어차피 내가 광역버스 안 타고, 버스배차시간 확인 안 하고 막 나온 탓이건만.
그냥 남탓하고 싶으니 화가 나지. 사실 버스를 탈 때 이미 늦을 것 같아서 중간에 걷는 시간을 줄이고자 킥보드 어플도 다 다운로드하여뒀었다.
기사님에게 어필도 해보려 자리에서 일어나서 서서 가는데 기사님이 기어코 자리 앉으라고 하셨다.
빨리 가실 것도 아니면서 안전을 지키시는 걸 보니 정말 정석의 드라이버거나 최근 사고가 나셨거나 할 것이다. 아니면 초긍정 마인드로 빨리 가시려고 이제 너 앉아라고 했을 수도.
오늘은 어쩐지 너무 서러워서 그냥 내년엔 무조건 차를 사리라 다짐했다. 사실 지금 모종의 이유로 빚을 갚는 게 있는데 다 갚으면 차를 사리라 다짐했다. 진짜 돈 없고 차 없는 설움을 누가 알까.
또 그렇게 생각하면 취업에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겐 내가 말하는 고민이 사치다.
이건 진짜 상대적인 것이건만
그래도 화나고 속상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차 없으면 대기오염 덜 시키고 아침에 한 시간 휴가 더 쓰고 마음 좀 가다듬고 회사 가서 딴짓 없이 두 시간 업무 한 시간에 해내면 그만이다. 한 시간만 휴가 쓰는 것도 얼마나 다행인지. 아니면 반차가 날아갔을 거다. 그 정도만 되어도 이만하면 다행이다.
거두절미하고 어제 산 별을 자랑하고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사실 이 별이 너무 멋져서 자랑하고 싶었다.
이건 분노의 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