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칭찬해 마지않는 매일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by 서쨍


얼마 전 언니가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이제 다섯 살이 된 조카가 친구들과 함께 상기된 표정으로 편의점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어린이집에서 교육차원으로 간 모양이었다. 그래서 무얼 샀느냐 물어보니, 방울토마토, 콜라, 상추, 바나나 이런 걸 샀단다.


과자나 초콜릿을 안산게 의외이긴 하지만, 친구들과 신나게 장을 보고 자랑하는 게 너무 귀여웠다. 그래, 무엇을 사라고 시키지 않고 본인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 장을 본 게 처음이겠지. 조카가 친구들과 들떠서 편의점을 누비고 다녔을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조카의 처음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숫자 10보다 더 큰 숫자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 해가 쨍쨍한 날씨를 영어로 ‘써니’라고 부르는 것도 알게 됐다. 요새는 원하는 걸 이루지 못하면 ‘나는 어떻게 살라고!’라며 엉엉 울기까지 한단다. 그런 말들은 어디서 배우는 건지. 알고 처음 쓰는 단어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아져서 놀라울 때가 많다.


조카의 처음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이 모두 당연시 여기는 것들은 어린 시절 하나하나 작고 사소한 것부터 배우고, 익히고, 터득한 것들이었구나. 새삼스럽게도 내가 이렇게 아침에 혼자 일어나서, 회사에 출근을 하고, 밥을 먹고, 집에 돌아와 씻는 일상의 모든 것들마저 말이다.


모르는 세상을 배우고, 처음 것들을 해나간다.

결국엔 하나의 세상을 채워가고 있음이 새삼 신기한 것이다. 지금에서야 별것 아닌 거라지만, 사실은 사소함에도 크게 칭찬받고, 자랑도 하며 커왔다는 것을. 모두가 어린 시절 겪었을, 세상의 처음이 신기하게 느껴진달까. 그래 이런 것도 다 배우고 연습해서 잘하게 된 건데. 이런 생각.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든다. 여전히 나이를 먹어가도 처음인 것들이 많다. 처음 해내야 할 일도 그렇고, 처음 겪는 유형의 사람을 상대하기도 한다.

여전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정답을 알 수 없는 처음 접한 문제를 풀어가야 할 때도 많다.


여전히 처음인 것들이 있지만, 어른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소한 것이라 치부하며 넘길 때도 많다.

어른이니까, 남들도 다 이정돈 하는 거라면서.


하지만 작고 사소한 일부터 우리는 배우고 터득한 것들이란 걸 다시 생각해 본다. 지금 내가 아무렇지 않다 느껴지는 사소한 삶을 유지하고, 일궈가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해 말이다.


삶을 다 장악하며 살아갈 순 없으나, 하나씩 터득하는 사소한 지혜들마저도 그러하다. 낯설기도 하고 이해 못 할 사람을 생각하는 순간도 마찬가지이다. 내 몫이 아닐지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해 마지않는 것들도.


다 처음인 것들이다.


그러니 우리는 스스로가 그 처음인 것들을 해낼 때마다 격려해 주고, 아낌없이 칭찬해주어야 한다. 마치 어릴 때 한발, 두발 세상을 걸어 나가기 시작한 어린아이처럼.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 말이다.


그 관점으로 나와, 다른 이들을 보면 기특하고 대견하기까지 하다. 적어도 오늘을 스스로 살아낸 일상의 크고 작은 일들은 자의든 타의든 연습하고 이뤄낸 처음이 쌓인 것들이니까.


앞으로 겪어낼 처음의 것들조차 우리는 당연시 여기지 않고 과할 정도로 나 스스로를 대견해하면 어떨까.

당연하지 않은 게 없고, 당연하지 않게 여기는 오늘의 나와 타인의 이뤄냄이 결코 쉬운 건 아니니까.

그 모든 것들을 해내고 오늘을 살고 있으니까.

여전한 처음을 맞닥뜨려도 이겨낼 힘을 키워가고 있으니까.

그럼 칭찬해 마지않는 매일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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