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만화를 얘기한다고 할 때, 여기서의 ‘만화’는 크게 두 가지를 지칭합니다. 하나는 한국 만화고, 다른 하나는 일본 만화죠. 물론 이 만화들 역시 몹시 넓고 복잡한 저변을 갖고 있고, 그만큼 많은 대화를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과연 그것 만으로 괜찮은 걸까요? 한국 만화와 일본 만화 바깥에도 분명 흥미진진한 세계가 있지 않을까요. 또 그 바깥 역시 넓고 복잡한 저변을 갖고 있지 않을까요.
쪽프레스의 브랜드 고트(goat)는, 한국에서 이런 질문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또 소화하는 드문 출판사입니다. 흔히 "그래픽노블"이라는 용어로 간단히 싸잡아 묶이곤 하는 해외의만화들 속에 다양하고 생경한 작품들이 숨어있다는 것을 몹시 실천적으로 우리에게 보여주었죠. 하지만 한국의 우리에게 이 만화들은 역시 아직은 좀 낯선 모양입니다. 이걸 어떻게 읽거나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평하는 독자들을 종종 마주치곤 하니 말이지요. 이것이 안타까워, 이번에 저는 고트에서 출간된 만화들을 함께 읽고 논하는 자리를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물론 고트의 모든 만화를 갖고서 모임을 진행하면 더욱 좋겠습니다만, 이번에는 그중 몇 가지만을 꼽아 함께 읽고 얘기를 나누려 합니다. 작은 선과 선이 그리는 유머러스한 여정(『키미 - 늙은 개 이야기』), 하와이의 뒷모습을 배회하는 청춘(『나이트 피셔』), 진부하고 위태롭기에 아름다운 삶의 형상들(『사랑에 서툰 사람들』), 비일상적인 일상(『바이러스 트로피컬』), 그리고 ‘함께 산다’는 말을 재정의하게끔 만드는 사람들(『킬링 앤 다잉』)을 따라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어렵다'나 '낯설다'는 말을 넘어서서 만화를 한층 폭넓게 대할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교육적이면서 유희적일 이 자리에, 여러분의 참여를 기대하고 또 기다리겠습니다.
시간표
11월 12일 오프닝렉처(아니) + 인트로덕션
11월 19일 『키미 - 늙은 개 이야기』
11월 26일 『나이트 피셔』
12월 3일 『사랑에 서툰 사람들』
12월 10일 『바이러스 트로피컬』
12월 17일 『킬링 앤 다잉』
참여방법
(1) 매주 화요일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되는 오프라인 위주로 진행되는 스터디입니다. 현장에 참석하시기 어려울 경우 미리 요청한 분에 한해 줌으로 접속할 수 있습니다.
(2) 진행자는 참여자들이 본 스터디에서 다룰 만화나 글을 볼 수 있는 노션 페이지를 한시적으로 공유합니다.
(3) 1회차 인트로덕션을 제외하고서, 참여자는 각 회차마다 정해진 작품을 미리 읽고 리뷰를 작성해주셔야 합니다. (월요일에서 화요일로 넘어가는 밤 12시까지 리뷰를 작성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4) 진행자는 매 회차마다 선정한 작품의 배경이나 맥락에 대해 20분 내외로 발제합니다.
(5) 참여자들은 매주 모임에 참여하기 전까지 서로의 리뷰를 읽고 그 내용을 숙지하셔야 합니다.
(6) 참여자 중 한 명이 자신의 리뷰를 2~3분 이내에 짧게 소개하면, 다른 참여자들은 이 리뷰에 대한 서로의 피드백을 나눕니다.
또한 지난 "하기오의 뒷모습 pt.2"의 인트로덕션에서 시각예술기획자•만화연구자인 한윤아의 특강 「기이한 것, 으스스한 것, 아름다운 것 - 하기오 모토 초기작 읽기에 앞서」를 함께 진행했던 것과 마찬자기로, 이번에는 독창적인 만화가 아니가 오프닝 렉쳐를 맡아 「낯선 나라의 만화: 번역 없이 여행하기」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진행합니다. 고트의 '낯선' 만화들을 중심으로, 만화에 대한 색다른 접근법을 논한다고 해요. 충분한 야심과 통찰을 지닌 그의 특강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아래는 오프닝 렉쳐의 소개문 및 신청 링크입니다. 모임과 별개로 본 특강만 따로 신청할 수도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