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왠지 모를 비애감 같은 것을 느꼈다. 짧게 요동치던 항공기가 지상에서 이탈하는 순간이었다. 활주로로 나갈 필요가 없어졌고, 그러나 그는 활주로를 질주하는 말 한 마리의 영혼을 본 것 같았으며, 포털사이트 화면이 먹통이 되었고, 일직선으로 뻗은 금속 날개가 엿가락처럼 구부러졌으며, 미사일에 격추된 유선형 동체의 허리가 찢어졌고, 공중을 유영하던 새들이 프로펠러 속에서 잔혹하게 파쇄되었으나 이 모든 일은 환영일 뿐이었다. 절대로 이런 일들이 벌어져서는 안 되었다."(「말과 꿈」 111쪽)
"시간은 레이어를 만든다. 그것들은 격자처럼 반듯하지 않고 연꽃 모양의 프릴이나 수면 위로 퍼지는 동심원처럼 하늘거린다. 때때로 그것은 왜곡된 흔들림이다. 그러나 모든 흔들림은 확장되거나 통과하거나 침투하거나 사라지면서 새롭게 반복되는 흔들림의 궤적일 뿐 어떤 형상에 대한 왜곡으로 읽힐 수 없다.”(‘2024: 「퇴거」에 관한 소설’, 210쪽)
“엔트로피의 증가는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고 우주의 전개를 이끈다. 또한 과거에 대한 흔적과 잔존물 그리고 기억이 존재하도록 한다. (...) 여기서 우리가 시간의 '흐름'이라 부르는 것이 탄생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시간의 경과를 경청할 때 듣는 소리다.”[6]
"그는 까막잡기를 하듯 양손을 더듬거린다. 그가 포옹하면 녀석은 생겨난다. 그런데 어디있어. 너 어디있어."(「말과 꿈」, 35쪽)
“나는 친구의 집들이에 과일이나 화분을 사서 방문하는 하루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맥주를 마시는 하루에 대해, 친구의 집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을 하면서 눌러앉아 있는 하루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이 왜 끝나지 않고 연속되는지, 친구에 관해 서술하지 않은 것들이 담긴 주머니가 여전히 불룩하다는 사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러나 지금은 이런 이야기들이 아득하고 터무니없이 느껴진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쓸 수 있는 어떤 날을 향해 나아간다. 그동안 나는 지금처럼 내가 쓰지 못한 것들을 미래 시제의 약속으로 남겨둘 수 있을 것이다.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그리워하면서 말이다.”(210~2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