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우리가 할 수 없는

태양 코로나

by 열무샘

"태양 가까이에 가면 어떻게 돼?"

"녹아서 없어지지."

"얼마나 빨리?"

"순식간에."


아이들이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 태양 가까이에 가면 어떻게 돼. 답은 언제나 비슷하다. 녹아서 없어지지. 아이는 놀란 얼굴을 하고 "그래"라고 묻는다. 아이가 이 질문을 하는 마음을 혼자 상상해 보곤 한다. 아이는 아마 태양에 가고 싶으리라, 아침에 빛을 내는 태양, 저녁에 지는 태양, 낮의 높은 태양, 구름 사이로 보이지 않는 태양, 그 태양에 가깝게, 좀 더 가깝게 가고 싶은 마음, 나도 그랬을 때가 있고, 지금도 가끔 비슷한 욕망이 생기곤 한다.


어떤 때는 이런 말도 덧붙인다.

"그런데 우리는 태양에 가까이 갈 수가 없어."

"왜? 너무 뜨거워서."

"뜨겁기도 하고, 너무 멀기도 해서."

"언젠가 갈 수 있는 거 아냐? 달에도 갔으니까."


그렇겠지. 언젠가는 갈 수 있겠지. 하지만 너와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는 못 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 말은 하지 않는다. 어쩐지 아이의 어떤 마음을 훼손하는 것 같아서. 사실은 태양 가까이에 갈 수가 없다는 말도 하지 않아야 할지도 모른다.


방과후에는 여러 아이들이 온다. 여러 아이들이다. 비교적 유복한 환경을 타고난 아이, 평균의 자본을 획득한 가정의 아이, 그 반대의 아이도 많다. 이 다양한 아이들은 함께 논다. 잘 놀기도 하고, 못 놀기도 한다. 고맙게도 아이들은 서로의 조건, 서로의 환경에 민감해지지 않는다. "우리 엄마는 베트남이야"라고 말하면, "그래"라고 가볍게 응수하고, 누구의 집이 아파트고, 누구의 집이 좁다는 게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아이들한테는 누가 더 빠르고, 누가 더 잘 놀고, 누가 더 인기가 많은지가 중요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 빠름과 그 잘 놀음과 그 인기를 가지고 힘을 행사하고, 편을 가르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언짢다. 나나 다른 교사들이나 그럴 때면 어떤 식이든 한 마디를 거들기도 한다. 아. 그냥 언짢음을 넘어서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누구 집이 돈이 없고, 우리 집이 돈이 많고, 누구는 목욕을 잘 안 하고 따위의 비교를 넘어서 혐오를 표현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엄청난 역정을 내고, 밤새 머리를 쥐어잡기도 한다.

어떤 아이가 그랬다.

"깔마가 혐오가 어쩌고 차별이 어쩌고 말하는 그거, 세상이 원래 그런데 그럼 세상을 다 바꿀 거야."

나는 그랬다.

"그래, 다 바꿀 거야. 내가 보는 한에서는 가만히 안 있을 거야."


하지만 아이에게 말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에게 말하지 않을 작정이지만, 나는 안다.

나는 바꿀 수 없다. 세계도, 사실은 내가 속한, 내가 만나는, 내가 있는 이 방과후 공동체 안에서도. 나는 바꾸지 못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적다. 이 광활한 우주에서.


사람이 한 평생 만날 수 있다면 행운이라는 개기 일식, 그 개기 일식의 순간에 확인할 수 있는 태양의 코로나를 떠올린다. 한 번도 보지 못했고, 아마 앞으로도 보지 못할, 태양의 코로나. 그 코로나 이미지에 마음을 홀딱 뺏긴 적이 있다. 검은 태양, 그 검은 태양을 감싸는 빛이 마음을 가만히 가만히 움직였다. 라틴어 코로나는 왕관이라는 뜻을 지닌다. 진짜 왕관은 이래야 할 것 같았다. 우리는 안다. 이 아름다운 코로나는 태양보다 더 뜨겁다는 사실을, 우주의 어떤 생명도, 심지어 수성과 금성, 지구도 가까이 가면 흔적조차 없어질지 모를 정도로 뜨겁다는 걸. 갈 수 없는데, 코로나는 왜 이리 아름답기만 할까? 만약 내가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면, 태양의 코로나 속으로 돌진하는 죽음을 맞고 싶다. 아름답지만 갈 수 없다. 사실은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이다.


사실은 나는 할 수 없지만, 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또박또박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너의 그 등급 나눔이 어떤 건지 알기는 해라고 화를 내야 하고, 울고 있는 아이를 위로해야 하고, 또 내가 이렇게 화를 내고 위로를 할 수 있는 시간도 썩 많지 않다는 걸 알지만 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아무 말 안 해야지. 태양에 가까이 갈 수 없을 거라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그래 나는 바꿀 거야라고 거짓말을 해야지.


사실은 우리가 할 수 없지만. 아이들에게는 할 수 없다는 비밀을 누설하지 말아야지. 사실은 우리가 할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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