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가 가능한 세 가지 조건

아무것도 아닌 색 혹은 모든 색

by 열무샘

그림을 마주하고 있다. 손풍금을 들고 있는 눈먼 여성과 아이가 앉아 있다. 두 인물 모두 아름답다. 유난히 눈에 띄는 건 그들의 머리 색깔. 황금빛이다. 머릿결과 같은 색의 황금 들판 위로 쌍무지개가 보인다.

쌍무지개를 보았던 적이 있나? 한 번쯤이었던 것 같다. 내가 인식한 쌍무지개는. 그림은 완벽하게 아름답다. 거리에서 손풍금을 연주하며 생계를 이어 갈 것으로 짐작되는 여성과 아이의 모습 또한 완벽하다. 그림을 보는 이들은 이 그림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희망이다.


아이에게 무지개를 보려면 세 가지가 필요해. 뭘까라고 퀴즈를 냈다. 물, 공기, 빛. 답은 간단하다. 간단한 답을 찾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들은 참 신기하다. 며칠 있다 어떤 아이가 진지한 얼굴로 묻는다. 무지개를 보려면 뭐가 필요해. 퀴즈가 아니라 질문이다. 아이가 내 퀴즈를 또 다른 아이에게 냈을까, 그리고 답이 생각나지 않아서, 나에게 물어보라고 했을까. 아니면 내가 퀴즈를 냈을 때 그 또 다른 아이가 옆에서 듣고 있었을까. 모르겠다. 아이들이 신기한 건, 또다시의 질문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과 공기와 빛이지. 아이가 말한다. 그렇게 쉬워. 응. 그래.


날이 좋아지면 밖에서 무지개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답이 쉬우니까, 만들기가 쉬울 거라는 건 착각이다. 아마 나와 아이들은 실패를 몇 번 반복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하늘에 떠 있는 큰 무지개, 저 그림 속의 완벽하게 아름답고 큰 쌍무지개가 아닌, 작고 짧고 모자라는 무지개, 환한 날 물 스프레이 사이로 보이는 무지개를 아이들과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설렌다.


우리가 만드는 무지개는 아무것도 아닌, 이게 무지개야 하는 색을 보여줄 테다. 하지만 그 아무것도 아닌 게 모든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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