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헤어짐의 순간
성숙하지 않았기에 조금은 아름다웠던 그 시절의 연애가 얼마나 설익은 향기가 났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시간에 의해 풍화된 마지막 순간의 기억은 조금 애틋하고 아련한 기억의 앨범에 담겨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을 뿐이었으니까. 헤어짐이 찾아오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우리의 그 것은 서로의 권태를 알아버림으로써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었다. 그 장면이 조금 더 영화같을 수 있었던 것은 너는 그 학기를 마지막으로 우리가 사랑했던 제주를 떠날 타이밍이었으며 나 역시도 남아있는 시험으로 인해 이별에 아파할 넉넉한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먼저 짐을 꾸렸던 네가 기숙사 앞에서 만나자는 메세지를 보내왔을 때 나는 직감적으로 그 것이 이별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별의 순간에 우리는 어떠한 말을 할 수도 그렇다고 어떤 표정을 지을 수도 없었기에 오래도록 서로의 눈을 바라보던 기억이 남았다. 잘 지내라는 말과 함께 한번만 안아봐도 될까 라고 묻던 너의 말에는 물기가 조금 묻어 있었던 것 같았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너였기에 내 온 몸을 있는 힘껏 끌어 안던 너의 체온을 따라 모든 감정들이 스며들었던 것 같기도 했다. 처음 우리가 심장을 마주한 날처럼 헤어지던 날도 분주하게 심장이 뛰었다. 마지막 뒷모습만큼은 내가 보겠다는 나의 인사에도 굳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겠다며 고집을 부리던 너를 두고 돌아서던 내가 네 뒷모습을 기어이 보기 위해 계단으로 뛰어올라 벽 뒤에서 숨어 너를 내려다보던 것을 너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그랬다면 네가 그 자리에 서서 오래도록 멈춰 있지 않았을테니까. 그 곳에 서서 오래도록 땅만 바라보고 있진 않았을테니까.
조금씩 흔들리던 어깨를 바라보는 것은 너무나 아픈 일이라는 걸, 너 역시도 이별이 많이 아팠다는 걸, 이별에 그 어떤 이유가 없더라도 이렇게 헤어질 수 있다는 걸, 사랑의 유통기한이 지나도 남아있는 마음이 여전히 사람을 아프게 만든다는 걸 나는 너의 뒷모습을 보며 느꼈다. 두 눈 가득 차오르는 물기로 얼룩진 뒷모습이, 그렇게 오래도록 흔들리던 너의 어깨가 여전히 가슴 한 켠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