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32. 흐리고 또 맑음

때론 마음에도 소나기가 필요하다

by Jes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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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는 내내 그 곳의 날씨는 내 기분을 닮아 있었다.


비가 왔다 다시 먹구름이 끼었다 그리고 해가 내리쬐기 시작했다. 여행에 차질이 생겨 입이 한 웅큼 나왔지만 여행을 하다보면 마주하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뒤로하고 나는 금새 커피 한잔을 만들어 처마 밑에 웅크리고 앉아 시간이 허락하는 한 그 모습을 바라보기로 했다. 오랫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이 모습들은 어쩌면 우리가 하루하루 겪어내는 삶과도 그리 다르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즐겁고 밝은 일만 마주하기엔 마음에 가뭄이 쉬이 올 것이고 언제나 비만 내리기엔 마음의 홍수가 들어 더 많은 혼란이 오게 되리라는 것. 실제로도 서호주의 바싹 마른 사막을 여행하면서 이따금 지나는 폭우에 사막 여기저기에서 홍수가 나거나 마을이 고립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만나곤 했는데 가뭄으로 말라버린 땅에는 갑작스러운 비를 감당할만한 여유가 연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연의 순리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것은 곧 살아가는데 필요한 하나의 느낌표가 되곤 한다. 이따금 기쁘고 다시 슬픈 혹은 노여운 일들이 찾아오는 것은 마음의 땅이 조금 더 많은 것들을 포용할 수 있는 연습을 시켜주기 위함이라는 것, 예기치 않은 일들이 쉼없이 일어나는 나의 인생은 어쩌면 더 단단해지기 위한 시간들이 남들보다 조금 더 자주 찾아오고 있다고, 내가 지나온 쉽지 않은 모든 길들이 훗날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으로 와닿는 위로를 위한 시간들임을 생각하다보면 '지금'의 시간들은 조금 덜 어렵게 지나가게 된다.


언젠가 여행 길 위에서 만난 친구에게서 들었던 '카르마'라는 철학적인 주문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마음 한 켠에 깊이 남아 삶을 지탱하는 하나의 기둥이 되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여행이 나에게 준 의미와 모든 깨달음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깨닫곤 한다. 여행의 모든 의미는 집으로 돌아와서야 깨닫는다는 것을, 나는 이제서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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