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외로운 사람
사람이 쉬이 찾지 않는 아웃백의 작은 카라반파크(캠핑장), 만약 그 곳에서 당신의 차가 고장이 났다면 그 누구라도 '기다림'이라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류를 공급하는 커다란 트럭이 지나갈 때에야만이 비로소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건이 채워지곤 하는 슬로우 시스템은,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한다고 한들 내가 머물고 있던 서호주에서만큼은 예외였다.
그 곳을 여행하는 모든 여행자들에게서는 아날로그의 냄새가 났다. 샤크베이에서 내가 만난 로한이 그랬다. 그는 강아지 한 마리, 적당히 낡아빠진 자동차로 짧지 않은 여행 중이었고 그의 앞에 펼쳐진 여정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길과 닮아있었다. 그의 첫 여행은 원주민들의 동네인 앨리스 스프링스였고 그의 여행은 원주민들의 언어를 배우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원주민들과 몇 날 몇일을 머물며 그들이 키우는 개와 친해졌고 결국 그 곳에서 만난 개와 함께 먼 여정을 떠나게 되었다는 말. 강아지를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 카라반파크보다 그렇지 못한 곳이 더 많기에 그는 대부분의 여정을 인적이 드문 황야와 바닷가에서 보낼 수 밖에 없었다는 말. 그가 겪었을 수많은 불편함의 언어보다 그가 마주했을 고요와 오롯이 그가 독차지했을 밤하늘이, 그의 여행이 궁금해졌다.
어쩌면 그가 나를 만났던 샤크베이는 외로움을 내려두어도 좋을 장소. 나는 그 곳을 '세상의 모든 고요'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몇 번을 가도 질리지 않는 장소,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무 것도 존재 하지 않는 시시한 곳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특별한 곳. 일 년에 100ml도 되지 않는 비가 내려 샤워조차도 저장해 놓은 빗물로 조금씩 아껴해야 하는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이라 부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포용되는 곳.
너와 나는 모두가 잠든 밤, 너의 소중한 강아지와 함께 '세상의 모든 고요' 속 한 풍경이 되어 오랫동안 입안 가득 와인을 머금고 이따금 둘 사이의 공백을 작은 파도소리로 채웠다. 너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좋을 여행 길에 나를 초대했고 나는 그저 웃고 말았다. 외로운 영혼들이 만나면 그 것이 별이 된다는 걸, 그 별들이 만들어낸 은하수 아래 우리라는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는 걸, 나는 그 풍경 속에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고 로한 너에게 말해주고 싶었나보다. 너는 외로운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걸, 나도 너처럼 아름다운 외로움이고 싶었다는 걸, 너와 함께 고요를 등지고 돌아오는 길 작은 발걸음으로 오래오래 전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