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선명하지 않은 것들이 더 따스한 법이니까요,
1번째 자취
1번의 결심
2곳의 게스트하우스
3번의 이직
3권의 잡지
7번의 병원
7다발의 꽃
8번의 비행
17통의 편지
21번의 눈물
45권의 책
160명에게 건낸 안부
201km의 걸음
240잔의 라떼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과의 어색하지 않은 조우
3년 간 마음을 열지 않았던 아빠가 건낸 소주 한잔
무뚝뚝한 할머니가 수화기 너머로 건내는 사랑한다는 말
엄마에게 건내는 '잘지낸다'는 조금의 거짓말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옛 사랑이 자주 흥얼거리던 노래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건내준 묵직한 편지
서랍을 정리하다 발견한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잘지내?라고 시작하는 반가운 안부문자
터덜터덜 걷는 발걸음 끝에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의 온기
넌 멋있어,라고 말해주는 친구들의 응원
철 지난 파일철에서 발견된 오래된 낙서의 흔적
오랜 걸음만큼 삭아가는 운동화의 뒷꿈치
아프지 말라며 빈통 가득 끓여온 미역국
무슨 일이 있었냐는 물음 대신 식탁 가득 차려진 식사
출근 길, 책상 위에 곱게 놓여진 커피 한잔
써내려가는 동안 온전히 나를 생각했음이 느껴지는 편지 한통
아무 말없이 건내는 포옹
온기를 전할 수 있는 건 선명한 숫자보다는 어렴풋한 글자들이라는 걸,
당신은 알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