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38. 독백

오랜 방황을 벗어나는 중입니다.

by Jes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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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오랜 방황을 하는 중이었다.




대단하진 않지만 '나답게'살고 싶었다.

돈이 많지 않지만, 적어도 다시는 가지고 싶은 것들을 돈이 없어서 살 수 없는 일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가지고 싶은 건 그리 큰 것이 아니라 30달러의 옷 한벌, 운동화 한 켤레 정도의 욕심이었으니까.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키다리 아저씨처럼 무심하게 때론 따뜻한 편지와 함께 건내준 사람들에게 떳떳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 조금의 넉넉함을 위해 방황을 끝내는 것은 훗날 더 오랜 방황을 시작하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기에, 시작이 두려울 뿐이었다. 마음을 흔들만한 일이 끝나고 다시 그럴만한 일을 찾으려 발버둥치며 섣불리 시작한 일들은 이내 마침표를 찍게 만들었다. 그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그들도 나도 모두 상처를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 대한 고민이 깊었고 나 자신만을 생각하고 답을 내리는 데도 하루가 훌쩍 흘러가곤 했다. 글을 쓰고 달리고 나면 비로소 생각이 깨끗해지던 호주에서의 시간들과는 달리, 서울이라는 도시는 사람들의 편견과 그릇된 관심에 나만의 생각이 점차 빛을 바래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 모든 비난의 화살은 나에게로 와서 꽂혔고 결국 그 것들은 몸 속에서 작은 아픔을 만들어냈다.



크진 않지만 수술을 끝내고 회복실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결국 다들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거라면, 보여지는 것이 조금 더 중요한 삶을 살고 있는 거라면, 나는 적어도 진짜로 움직이는 삶을 살자고 말이다. 연극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배경이 아니라 등장인물이라는 것을 깨닫는데까지 일 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크게 가진 것이 없지만 남들이 인정하는 실행력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 둘씩 생각해내며 다시 책상에 앉았다. 귀찮지만 오랜만에 만날 얼굴들을 생각하며 초대장을 만들었고 그리운 얼굴들에게 연락을 건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울컥'이는 그 어떤 느낌을 위해 어려운 일들을 자처해서 한다. 누군가에게는 무척이나 귀찮은 일이 또 다른 이에게는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적어도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경력으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었다. 별 것 아닌 이 걸음을 어렵게 내딛자 비로소 내가 변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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