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de Santiago
언젠가, 라는 이름
누군가가 그 곳으로 떠난 이유를 묻는다면 나는 무엇이라 대답해야 하는 걸까, 나는아주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나를 찾아 나섰다”는 너무나도 추상적인 이유가 아닌 좀 더 선명한 이유. 어쩌면 ‘왜 나를 찾아떠나야 했는지’에 조금 더 가까운 답 말이다. 그 길을 걷게 된 시작을 곰곰이 되짚어 가다보면 기억은 스무살 언저리 바다가 보이던 도서관 3층 한 켠으로 나를 데려다 놓는다. 날씨가좋은 날이면 바다가 저만치서 보이던 학교도서관은 타지 생활을 하던 나에게 더할 나위 없는 영혼의 안식처였다. 해가 떠있는 시간이면 보기만해도 포근해지는 책장을 마주보고 앉아 역마살을 불러일으킨, 제목조차도 간지러운 여행 책자들을 꺼내 읽곤 했다.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책장 주변에는 아주 작은 먼지 오라기가 햇살에 반사되며 조용한 비행을 하고 있었고 마침내 먼지가 착륙한 순간 나는 그것이 내려앉은 책에 시선을주고야 말았다.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은 이렇게 운명적인순간에 시작된다.
전혀 알지 못했던 지구 위의 어느 도시가 언젠가부터 가장 먼저 두드러질 때, 서점의 여행서적 코너에서 나도 모르게 익숙해져버린 이름의 도시에 시선을 주고 있을 때,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그 곳의 풍경들이 떠오를 때 말이다.
나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읽어 내려간 산티아고를 노래한 책들은 눈을 감으면 푸른 바람에 일렁이는 밀밭과 그 밀밭 사이를 미끄러지듯 흘러가는 바람 그리고 마침내 코끝에 닿은 밀 냄새를 그려냈다. ‘언젠가’라는 이름으로 그 곳을 부르곤 했지만 그 푸른 냄새가 코끝을 스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을 때는 어느새 비행기 표 한 장이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나는 거짓말처럼 5년 이라는시간이 흐른 뒤 정확히 내가 꿈꾸던 그 사진 속 장면의 주인공이 되어 노란색 화살표를 따라 걷고 있었다. 피레네 산맥을 힘겹게 넘어선 첫날, 손목시계는 운명처럼 멈추고 말았고 나는 그제서야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졌다.
호주 여행생활자 / 퍼스일상여행자 (May.2012-Jan.2017)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May.2013-July.2013)
서호주를 지구 세바퀴만큼 여행한 사람
글을 쓰고 사색을 즐기며 여행을 통해 인생을 채워가는 사람
와인과 달리기 그리고 책이 없다면 인생이 심심했을 사람
알면 알 수록 신기한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언제나 믿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