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미열을 앓고 있습니다만,

그리움이 낳은 열병

by Jes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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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를 끝내고 몸이 힘들어도 마음이 행복한 일을 하자며 호기롭게 호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18만원의 통장 잔고를 가지고 세 달을 보냈던 것이 바로 서호주의 퍼스라는 도시였다. 호주하면 시드니의 하버브릿지나 멜번을 떠올리곤 하는 사람들의 습관과는 다르게 나는 호주를 생각하면 언제나 붉은 흙먼지가 날리는 아웃백이 떠오르곤 했다. 4년이라는 시간동안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담은 것들이 온통 붉은 색의 것들인 것 때문이었다. 붉은 색 아웃백, 다홍색의 석양, 뜨거움에 발갛게 익어가던 얼굴들과 사막에서 마시던 에뮤 맥주 뭐 그런 것들 말이다.




너무도 외롭고 배고팠던 시간들이 그리워지리라고 차마 생각하지 못했지만 나는 이미 그 곳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때론 그 그리움을 참을 수 없어 몇 번이고 비행기를 타는 꿈을 꾸기도 했다. 주머니는 가난했지만 마음만은 풍요로웠던 그 시간들을 써내려가지 않으면 시간이 흐르는 걸 보며 후회만 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언제까지고 마음으로 응원해주는 사람들에게 내가 4년 동안 돌아오지 못했던 풍경들이 이 곳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그 모든 마음들을 한데 모아 엮은 글들이 이 곳에 모였다. 이 모든 글들은 20대, 내 청춘의 모든 조각들이며, 뜨거웠던 열정이자, 한 때 열병처럼 지나는 감기의 흔적들이다.




여전히 낫지 못한 나는 오랫동안 미열을 앓고 있었다. 돌아가야할 곳을 그리워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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