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아웃백 자전거 횡단기

편안함을 내려두고 삶의 뜨거움을 찾아 떠나는 일

by Jessie




0U4A3884.JPG 호주의 헬기의료봉사단체 Royal Flying Doctor


호주에서 사막을 건너는 일에 동참했다.


오퍼레이터라는 직업 덕에 계절에 두 번은 해내는 일이었지만 그 일이 조금 특별해 진건 아마도 그 곳을 자전거로 건넜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 곁에는 수 백명의 사람들이 함께였다. 지열로 인해 지끈거리는 두통이 찾아오곤 했던 그 사막을 건널 수 있었던 것은 내 곁에 분명 좋은 사람들이 함께 였기 때문이었다. 3년간 우리를 잊지 않고 초대해준 그 따뜻한 사람들 덕분에 나는 길 위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 것은 이따금 삶을 대하는 자세였고, 약해질 때마다 내 자신을 지탱하게 해주는 삶에 대한 철학이었으며, 오랫동안 가지고 가야할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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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깁 챌린지 Gibb Challenge]

대회 시기 : 매년 건기가 시작되는 5월 셋째주

대회 장소 : 킴벌리의 깁리버로드 (서호주의 북쪽에 자리하고 있다 ; 북쪽으로 올라갈 수록 적도와 가까워진다)

특 징 :

1. 호주인들은 캠핑/수영/자전거/야영에 익숙하다. 물을 구하기 쉬운 환경을 찾아 떠나며 바닷가 인근에 살게 된 것이 그들을 수영과 서핑에 능하게 했다. 호주인이면서 수영을 못하는 사람을 4년간 한번도 본적이 없다. 2. 오전 8시에 시작해 오후 4시 이전에 업무가 끝나면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거나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3. 대한민국의 77배나 되는 호주 대륙에서 사람이 사는 구역은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대도시들이다. 이따금 아웃백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백인들의 횡포를 피해 깊은 곳으로 도망간 호주의 원주민군락이거나 정부에서 지원금을 받고 로드하우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거나 혹은 정말 아웃백을 좋아해서 외딴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뿐이다. 헬기의료봉사를 하는 로얄플라잉 닥터는 호주의 가장 대표적인 의료봉사 단체 중 하나인데 이들은 일정한 스케쥴로 아웃백을 비행하며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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깁 챌린지는 서호주의 북쪽 그 곳에서도 일 년 중 건기에만 길을 허락하는 사막을 자전거로 횡단하는 대회이다. 처음 그 대회를 알게 된 건 한국에서 새로운 풍경을 찾아온 사진 작가님과 에디터 언니와 함께 떠난 여정에서였다. 호주에서도 외지라고 불리는 곳인 아웃백 어딘가를 짚차를 타고 건너던 우리였다. 40도를 훨씬 웃도는 뜨거운 아웃백을 달리는 일은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존재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는 일이자 작은 것들에 감사하게 되는 일이었다. 하루 왠종일을 달려도 마땅한 슈퍼마켓조차 나오지 않던 길 위에는 지도에 선명히 그려진 것처럼 때맞춰 오아시스 같은 로드하우스(휴게소)가 등장하곤 했는데 그럴 때면 우린 3불 즈음 하는 빨간색 코카콜라 한 캔을 앞에 두고 그 차가움이 식기 전에 입 안 가득 털어넣고 코 끝이 찡해져 마침내 눈물이 고이기도 하는 그 시간들의 소중함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생전 처음 경험하는 더위를 피하지 못해 너덜너덜해진 에디터 언니와 함께 차에서 내려 그늘을 찾아가던 중이었다. 우리 앞에는 두껍고 튼튼해보이는 자전거를 차량 뒤에 단단히 고정시키고 있는 한 남자와 그와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인사를 건내고 가볍게 대화를 시작하게 된 운명의 상대는 우연히도 깁챌린지라는 대회의 주최자였고 우린 그 잠깐의 대화를 기회 삼아 그 다음 해에 어설픈 실력으로 깁챌린지에 출전하게 되었다. 그 해로 8번째라던 대회에는 난생 처음 호주인이 아닌 외국인이 어쩌면 그들에게는 생소한 나라인 한국인이 출전하게 된 것이다. 600명이 넘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유난히 눈에 띄었다. 호의적이면서도 순수한 호주 사람들은 다른 피부색의 우리에게 눈빛으로 혹은 인사를 건내며 이따금 호기심을 던지곤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 곳에 닿은 우리와는 달리 600명이 넘는 사람들은 회사나 친구 혹은 가족들이 함께였다.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그들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그 곳에 머물고 있었다. 5월 셋째주 즈음이면 서호주 북쪽, 킴벌리 지방은 비로소 건기가 시작된다. 구불구불한 오프로드 700킬로미터를 달리는 동안 오르막과 내리막, 이따금 악어가 출몰하기도 하는 강을 몇 번이고 건너서야 엘 퀘스트로 라는 마지막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5일이라는 시간동안 아웃백에는 텐트식으로 지어진 간이 화장실과 자원봉사자들이 제공하는 식사가 전부이고 매일 밤이면 새로운 야영지에 텐트를 치고 은하수를 이불삼아 잠을 잔다.


이 하나의 활동을 위해 호주 각지에서 사막을 건널 수 있는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들이 킴벌리의 더비Derby에 모인다. 적지 않은 참가비와 그 곳에 닿기 위해 파는 품삯, 숙소비와 식비 그리고 킴벌리까지 오는 그 몇 천 킬로미터의 여정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들이 모인 이유는 모두 호주 어딘가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자선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단순히 자선기금을 모금하는 것이 아니라 건기가 시작되는 시기면 호주에서도 험하다고 불리는 사막(Gibb River Road)을 횡단하며 스스로를 극복하고 곁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나간다는 그들을 보며 어쩌면 인간은 처해있는 환경에 의해 단단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이따금 스스로를 어려운 상황에 던져놓으며 그 속에서 보람을 찾는 일을 즐기는 듯 보였다. 제대로 된 화장실도 샤워실도 없는 뜨거운 사막에 그들은 무엇을 찾아온 것일까. 하루라도 씻지 않으면 안되는 럭셔리 여행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여행일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원하는 여행은 사람들 속에서 삶을 배우는 여행이었다. 오랫동안 내가 바라왔던 여행,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 종종 느끼곤 하던 감정들을 다시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호주에서 해나가는 중이었다. 해질녘이면 수건 한장을 들고 가까운 계곡으로 향하는 유쾌한 사람들 곁에서 나는 내 존재를 찾아가고 있었다. 지나치지 않은 친절로 불편하지 않게 우리를 배려하는 사람들 속에서 조금씩 마음이 녹아가고 있었다.









밤이면 거짓말처럼 차가움이 밀려드는 호주의 사막에서도 모두가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그 곳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원주민들을 배려했다. 매해 그 곳을 지나는 사람들을 알고 있는지 원주민 꼬마들은 맨발로 뛰어나와 자전거로 동네를 지나는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자전거로 사막을 달리는동안 비슷한 풍경 속에서도 저마다의 다름이 존재하고 그 고요 속에서도 묵묵하게 생명을 이어가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체력이 채 영글어지지 않아 느린 속도로 페달을 밟아 나가는 내 곁으로 숱한 사람들이 스쳐갔다. 그리고 그들은 이따금 나에게 박수를 보내거나 이름을 불러주었고 때론 Team Korea! 라며 팀 이름을 외쳤다. 5일이라는 시간동안 짧지 않은 거리를 달리며 그들에게 배운 것이 많았다. 그들이 우리에게 나눠준 건 캠핑장 한 켠의 작은 자리나 매 끼니의 식사만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였고 지금의 행복이 아니라 내 아이들과 그 다음 세대의 사람들을 위한 선한 나눔이었다. 그들은 삶의 카르마에 대해 이야기했다. 좋은 사람이 되어 행하는 그 모든 것들은 다시 좋은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닿을 거라는 생각으로 그들은 매년 뜨거운 사막을 달려 깁챌린지에 참가하고 있었다. 크진 않지만 고마움을 가득 담아 그들의 10주년을 기념하며 우리는 그들에게 작은 영상을 선물했다. 소아암 환자들에게, 비영리 의료 단체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깁챌린저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어쩌면 가장 최선의 선물이었다. 우리에겐 언제나 손님이라며 참가비를 받지 않으려는 그들을 위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뜨거운 사막을 그보다 더 뜨거운 마음으로 횡단하는 그 가치로움을 누군가에게 알리는 일이었을 것이다. 한국에 돌아오고 2년간 부재였던 대회에서는 내 소식과 안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연락이 이따금 오곤 한다. 언젠가 그들과 함께 페달을 밟는 모습을 상상하면 가끔은 그리움에 눈물이 나기도 했다. 그들에게 배웠던 소중한 마음들을 떠올리며 소중한 기억의 한 켠을 적어 내려가는 일, 어쩌면 늦지 않게 그들과 함께 달리겠다는 약속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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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tube : https://youtu.be/uw3v8xldx5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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