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서 다행인 그런 날이 있습니다
문득 괜찮지 않은 그런 날들이 있었다.
동그라미와 엑스를 놓고 보자면 동그라미에 가까운 그런 날들이었다. 우울할 이유도 적막해 질 이유도 없지만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우울은 털어내지 않으면 눈덩이처럼 불어나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를 집어 삼키곤 했다.
덩그러니 빈 집에 앉아 라면을 먹다가 터져나오는 울음을 닦을 새가 없어 라면을 입 안 가득 넣고 울고 말았다.
행복하지 않은 것도, 지금의 현실이 바닥인 것도 아닌데 가끔 홀로 덩그러니 놓여 있을 때면 어딘가에 놓아두고 온 것들이 생각나곤 했다. 차마 돌아갈 수도 없으면서 바쁜 척 살아가다보면 잊혀질 거라고 믿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마음을 나눌 사람 하나 없는 사회에서 하루를 다 쥐어짜내고 집으로 돌아가면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는 미련을 쓸어담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하루의 일과였다. 가끔은 나의 이런 권태로운 마음이 곁에 있는 이에게 닿을까 두려워 입을 닫고 작게 웅크려 잠들곤 했다. 버티고 버티던 시간이 700일 가까이 흘렀다. 서른하고도 조금 지난 나이를 입 밖으로 뱉어낼 때마다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을 깨닫곤 했다.
괜찮은 날과 괜찮은 날들이 흐르고 바야흐로 오늘이다.
때로는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
괜찮지 않은 날들을 지나 결국 괜찮은 날에 닿기 위해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