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허기를 덜어준 것들에 대하여
길진 않지만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만난 이들 중 나에게 손꼽히는 사람.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인연이 참 오래도 이어졌다. 그 아이가 내게 소중했던 이유는 어떤 편견도 없이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준 사람이었기 때문이었고 본인의 일처럼 내 꿈을 응원해준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으며 내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봐준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어서 마음의 그릇이 크지 않다면 결코 진심으로 해낼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아이가 보여준 한결같은 따스함은 바닷물이 증발하며 하얀 소금이 남 듯 나의 미움들을 모두 증발시켜 비로소 사랑이 그곳에 자리하고 있음을 깨우쳐 주었다.
“누나를 보며 항상 생각했어. 뜨거운 연탄처럼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까 하고.
난 내 스스로에게도 한 번이라도 뜨겁게 살아본 적이 있는지 물으며 부끄러웠고 또 많이 배운 것 같아. 고마워”
결코 그렇게 살지 못했지만 그 아이의 진심 어린 편지는 내가 걸어가는 길 위에서 산티아고의 노란 화살표처럼 오래도록 이정표가 되어 주었다.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한 내가 변변치 않은 주머니로 출국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언제나처럼 외롭게 출국을 하는 내가 외로울까 봐 출국장에서 나를 기다리던 너를 만났을 때 우리의 표정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 손에 억지로 쥐어 주던 봉투 속 너의 삐뚤삐뚤한 마음과 어렵게 모은 용돈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결코 넉넉하지 않았을 서로의 형편을 알기에 그 마음이 고마워 나는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까지도 몇 번이나 소매를 훔쳐야 했다. 그 아이가 나에게 건네 준 마음은 1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몇 끼의 식사가 되어 내 허기를 채워 주었고 그 덕분에 내가 외로웠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는다.
마음이 담긴 것들은 그 온기가 오래 남아있는 법이어서 서글픔이 차오를 때면 머리맡 스탠드를 켜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 편지를 읽었노라고 이제야 고백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