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55. 결핍이 가득한 여행

어려움을 선택하는 삶에 대하여

by Jes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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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를 여행하며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 많은 사람들 중 사막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Peter아저씨였던 까닭은 굳이 결핍과 불편이 난무한 여행을 떠나온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Peter아저씨를 처음 본 것은 울룰루 언저리의 길 위에서였지만 그때는 아스팔트가 반질반질하게 닦인 도로를 가파르게 지나고 있었기에 우리는 그저 가벼운 고개 인사로 서로를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아저씨와 비로소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은 지구의 배꼽이라 불리는 울룰루에서 3일을 꼬박 보내고 사막을 지나 다시 돌아오는 길, 와라쿠르나 라는 노던 테리토리와 서호주의 경계를 조금 벗어난 곳에 있는 로드 하우스에서였다. 호주 원주민 마을이 자리한 곳, 아저씨는 도심에서 만나온 이들과는 조금 다른 피부색을 한 사람들과 수줍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황량한 사막을 건너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은 그 황량한 곳에서 오래 살아온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인 모양인지 꽤 많은 원주민들의 아저씨 주위에서 함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정겨워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황량한 사막 위에서 온기가 있는 것들을 만나는 것은 꽤 반가운 일이었을 테니까.



“와, 혼자 이 길을 건너신다고요? 밤이 무섭진 않으세요? 이 어렵고도 힘든 길을 선택한 이유가 있으신 거예요?”


사막이 여전히 신기한 여행자는 질문이 많았다.



“무섭지 않지. 밤에는 달빛이 있고 곁에는 자전거가 있는 걸. 오랫동안 꾸어온 꿈이었으니까 이 길을 선택한 거지. 다른 이유는 없어. 이 사막이 끝나는 길 위에서 부인이 기다리고 있기로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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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지쳐 보이는 얼굴로 대답을 하던 Peter아저씨의 부인은 우리가 향하는 퍼스에서 만나게 될 예정이란다. 홀로 페달을 밟으며 외로운 사막을 지났을 Peter 아저씨의 잔뜩 그을린 얼굴 위로 삶에 대한 또 마침표의 도시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 묻어났다. 어렵고 또 결핍이 가득한 여정 속에서 그는 무엇을 얻고 싶었던 것일까. 지금의 로드 하우스를 떠나면 다시 200km가 넘는 거리 동안 물 한 모금, 과자 한 조각이 소중해지는 시간이 올 것이다. 수 많은 선택지 중에서도 굳이 결핍을 선택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들의 삶에 있어 결핍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그것과는 조금 다를 것이라고 말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결핍이 사실은 더 무섭고 가여운 것이라고. 아저씨의 적당히 낡은 자전거가 만들어 낸 얼마 지나지 않아 모래에 묻혀버리고 말 흔적들이 말하고 있었다.



가진 것은 많지 않지만 가방을 뒤져 몇 개의 비스킷 꾸러미를 찾아 아저씨의 방문 앞에 편지와 함께 올려두었다. 어쩌면 아저씨의 밤을 따뜻하게 덥혀 주는 것은 바로 사람에서부터 비롯된 온기일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나는 작은 온기를 남겨둔 채 그가 내일부터 페달을 밟아 나갈 여행할 길을 먼저 나섰다. 언젠가 도시에 도착하면 보내 달라고 부탁하셨던 사진은 당신이 남겨 주셨던 쪽지를 잃어버려 미처 보내지 못해 죄송했다고, 언젠가 우리가 그 길 위에서 만나면 그땐 좀 더 근사한 사진을 찍어 드리겠노라 안부를 전하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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