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ne56. 반듯한 사람이 내려주는 커피

내가 좋아하는 다정한 장면들에 대하여

by Jes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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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5분쯤 상봉역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다 보면 낡은 부동산과 꽤 대조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작은 카페를 만나게 됩니다. ‘소년 커피’라는 이름의 이 작은 가게에는 언제나 한결같은 복장으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듯한 사장님이 커피를 내리고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곳을 지날 때면 속도를 늦춰 가게를 들여다보게 되는데 ‘소년 커피’라는 가게 이름과 사장님의 이미지가 너무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지러운 일상 속에서 흐트러짐 없이 살아가고 있는 누군가를 볼 수 있다는 기쁨에서 이기도 할 것입니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이따금 마주치곤 하는 사장님은 아마 30대에 갓 들어섰거나 혹은 20대 후반 언저리의 앳띈 외모를 하고 있는데 정확하게 아침 7시 30분이면 가게 문을 열고 사람들을 맞이합니다. 흐트러짐 없이 언제나 반듯한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사장님을 보는 것이 제가 이 가게를 좋아하는 첫 번째 이유라면 아메리카노 한 잔 2000원, 와플 하나 1500원의 착한 가격을 매겨두고 있는 것도 이 가게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냉동 포장 와플을 쓸 법도 하지만 사장님은 계산을 하고 나면 언제나 두 손으로 공손히 카드를 건넨 후 냉장고에 미리 숙성시켜둔 와플 반죽을 꺼내 힘 있게 두드리며 와플을 굽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와플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듯한 착각에 빠져 들게 됩니다. 그런 사장님의 어깨 너머에 붙어있는 연인의 다정한 손 사진은 아마 사장님의 모습인 듯한데 이렇게나 반듯한 사람이 하고 있는 사랑은 얼마나 따스할지를 으레 짐작하는 것은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저의 작은 습관이 되어버렸습니다.



오늘도 저는 반듯한 이가 내려주는 커피를 위해 5분의 걸음을 옮깁니다.

남은 일요일이 그의 커피 덕분에 더 따뜻할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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