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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Dec 06. 2020

86화. 비우는 삶

리분동지 신혼(그림) 일기 

 미니멀리스트와는 꽤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이사를 앞두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비우는 일이었습니다.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간다면 포장 이사를 해도 괜찮았겠지만 저는 고향으로 그리고 남편은 베트남으로 떠날 예정이기 때문이지요. 우선 그렇게도 욕심을 냈던 책들을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이고 다음은 큰 가구들을 하나씩 처분해야 할 텐데 서울 살이 4년 동안 눈 깜짝할 새 늘어난 짐들은 쉬이 줄어들지가 않았습니다. 


 엑셀에 하나 둘 필요 없는 것들을 옮겨 적으며 버려야 할 것들은 대형 폐기물로, 심바가 크면서 필요 없어진 물건과 잘못 주문한 사료 그리고 쓰지 않는 담요는 유기견 센터로 그리고 나머지 소소한 물건들은 당근 마켓을 통해 하나씩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 필요 없는 것들을 그것이 필요한 곳에 나누었을 뿐인데 마음은 왜 이렇게 따뜻한 걸까요. 나눔의 기쁨을 조금씩 깨닫는 요즘입니다. 



 


 담요와 물건들을 나누러 갔던 유기견센터에서는 봉사활동도 함께 하고 돌아왔습니다. 아마 심바를 데리고 온 뒤부터 학대를 당하거나 버려지는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견사와 센터 청소를 하고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하면 되는 봉사활동이기에 중학생들도 부모님과 함께 찾아오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사람을 너무나 좋아하고 잘 따르는 녀석들을 보면서 너무도 안타깝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 봉사활동이 끝난 후에도 한참을 앉아 있다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창고나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꼭 필요한 곳에 나누는 마음, 그것 하나만으로도 아마 남은 겨울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해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 주인을 기다리는 사랑스러운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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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 @jessie_evenfolio

http://www.instagram.com/jessie_evenfolio/


아직 철들지 않은 30대.

걷고 마시고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

손으로 써 내려가는 것들은 모두 따뜻한 힘이 있다고 믿는 사람.

그래서 여전히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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