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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e Feb 01. 2021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

가장 어두운 곳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일




글을 쓰는 이유 

 첫 숙제를 받았을 때 나는 가장 처음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처음 만나고 글을 쓰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보게 되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세상으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새로운 플랫폼들에 흥미를 가지고 사용하던 사람이 내 주변에 있었다는 것이 나에게는 가히 행운 같은 일이었다. 내가 인솔하던 사막 여행 멤버 중 한 명인 그 언니는 큰 글로벌 기업의 기술영업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누구나 이름만 말하면 알 수 있는 세계적인 기업의 내로라하는 연봉을 받고 있었지만 자주 방황하고 이따금은 불안해 보이곤 했다. 그 언니는 스스로의 자아를 찾기 위해 또 숨구멍을 만들기 위해 이따금 내가 있는 호주나 그보다 더 먼 오지로 여행을 떠나곤 했는데 나와 함께 사막을 여행하는 동안 글을 쓰고 있다는 플랫폼이 바로 브런치였다. 그 후로 언니가 쓰던 글은 어떻게 되었는지, 이제 조금은 자신을 찾았는지 알 수 없지만 덕분에 나는 처음으로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브런치에 작가가 되기 위해 썼던 글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의 가능성을 제일 처음 알아봐 준 곳이 바로 ‘브런치’였다는 것이다. 단지 글을 쓰는 행위를 하는 사람일 뿐 그 이상의 어떤 것도 아니었던 나를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러준 곳이 바로 브런치였기 때문이다. 아주 반짝거리는 가능성도 발견해주는 이가 없다면 빛을 발하지 못하지만 브런치에서는 첫 관문을 어렵게 넘은 모든 사람들에게 ‘작가’라는 타이틀과 함께 세상에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이 공간에서만큼은 열심히 쓰는 사람들에게는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진다. 이따금 폭발적으로 브런치의 알림이 울릴 때면 ‘다음’이나 ‘카카오톡’ 포털에 내 글이 노출이 되었을 때인데 그때의 희열감은 몇 번을 경험해도 결코 덤덤해지지 않는 감정이라 나는 글을 쓸 때마다 작은 기대감을 가지게 되곤 한다. 또한, 글을 쓰지 않아도 핸드폰의 ‘브런치’ 아이콘을 찾아 누르게 되는 것은 나의 습관이자 작가로 불리는 기쁨을 잊지 않기 위함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떠난 호주에서 제대로 된 월급도 받지 못하고 매일 가벼운 주머니를 만지작 거리며 살던 4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남들보다 훨씬 배고프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내가 자존감을 지키며 그곳에 머무를 수 있었던 것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했던 해 질 녘 달리기와 종종 블로그에 쓰던 글 덕분이었다. 어쩌면 매일매일 호주에서 살아가는 나의 하루를 담아내는 일기이자 다짐 같은 것들이었지만 이따금 달리는 댓글을 보면서 나의 일상에 위안을 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나 역시도 위로받기도 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매일 해내는 것이 있다는 성취감이 몇 번이고 나를 일어서게 만들었던 것이다.

 한국에 돌아와 첫 서울살이를 시작했을 때에도 나를 일으켜 세워주었던 것 역시 글쓰기였다. 부모님이 주신 보증금을 사기로 모두 날려버리고 친구 집을 전전하며 서러운 시간들을 보낼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냈던 공모전에서 상금을 받은 실낱같은 희망의 경험이 없었더라면 나는 아마 오래도록 바닥에 가라앉아 세상을 원망하며 어두운 모습으로 지내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돌아보면 나는 내가 가장 ‘바닥’이라고 느끼던 곳에서 언제나 글을 썼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마음들을 손 끝으로 써내려 가다 보면 나 역시도 내가 느끼던 감정들을 덤덤하게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글을 쓰는 건 나에겐 내일은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과도 같은 일이었기에 그리고 그 간절한 희망을 함께 공감해주는 이가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살아가는 용기를 주었다. 그래서 여전히 글을 쓴다. 아직은 조금 어설프고 누군가에게는 흘러가는 글일지라도 아주 잠시나마 작은 용기와 영감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 같기도 하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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